<對日무역적자해법은없나>1.산요전기 현장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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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2차 기계류.부품.소재 국산화사업,자본재 전략품목 개발사업….대일 무역역조 개선을 위해 우리가 한번도 소홀히했던 적은없었다.그러나 대일역조는 지난해 1백55억달러로 2년연속 사상최고를 기록했다.수입선 다변화 빗장까지 풀어야한 다면 앞으로의전망도 결코 밝지않다.하지만 엔고에서도 늘어나는 대일(對日)수입품치고 불요불급하지 않은 것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제는 일본시장의 개방 흐름을 타고 수출확대의 정공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한다는 지적이 많다.실제로 일본 시장은 거품경제의 붕괴와 엔고로 급변하고 있다.소니는 국내 TV생산을포기했으며 일본 시장에서 팔리는 컬러TV 10대중 6대가 수입품이다.반도체.자동차 부품.소주등 이미 일본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한국상품들도 적지않 다.대일 무역역조 문제를 현지에서 3회로 나누어 짚어본다.
[편집자 註] 산요전기 창업자 이우에 도시오(井植歲男)가 46년 마쓰시타를 떠나려하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회장은이렇게 당부했다.
『제발 건전지는 하지 말게.너무 리스크가 커.』 다른 임원이나중에 그 이유를 물었다.『앞으로 전지는 엄청나게 커질 것같아.이우에는 너무 거북한 상대야….』 그러나 『예』라며 떠난 이우에는 가장 먼저 전지에 손을 댔고 마쓰시타의 예감은 현실로 나타났다.
80년대 후반 휴대용 비디오 카메라 붐과 함께 강력한 충전기능을 갖춘 2차전지의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그쪽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주세요.한국쪽 거래선도,얼마나 수출하는지도 가르쳐줄 수 없어요.영업비밀입니다.』 유창하게 회사소개를 하던 산요의 야가타 유미코(矢形由美子)는 2차전지 대목에 이르자 갑자기 말을 아꼈다.외국연수생도 한번 받았던 적이 없다며 사진촬영도 거부했다.산요는 2차전지 공장을 모두 이우에회장의 고향인 효고(兵庫)현에 모 아놓고 높은 기술의 담을 쌓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라고요.우리에게는 물량확보가 더 급합니다.』 지난해 11월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하는 소니 후쿠시마(福島)공장에 불이 나자 한국의 컴퓨터.통신기기업체 실무자들이 대거 현지로 몰려들었다.일본에서 수입하는 전지는 연간 약 9백억원.이 액수도 고스란히 대일무역적자에 반영되지만 이들에 겐 안중에 없다.화재로 인해 전지공급을 받지 못하면 연말 대목을 망칠지 모른다는 우려로 가득했다.
2차전지만큼 대일무역역조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다.이유는 간단하다.그것을 생산해내는 나라가 일본밖에 없으니까. 게다가 2차전지의 성능은 퍼스컴과 휴대정보단말기의 경쟁력을 좌우한다.삼성전자.삼보컴퓨터.LG가 신형 노트북 컴퓨터를 개발할 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바로 전지다.『신제품이 나올 1년후쯤 어떤 신형 배터리가 나올지 정보를 수집해야 해요.배터리가 제품 전체의 성능은 물론 소형화.무게까지 좌우하니까요.이것이 우리가 일본업체들에 비해 결정적으로 불리한 점입니다.』 삼성전관 전지사업부 남상복 차장은 2차전지가 앞으로 전기자동차산업까지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무한한 시장성 앞에 한국업체들이라고 마냥 손놓고 있지는않다.그러나 로켓트전기가 니카드전지개발에 성공하자 일본은 이미2배나 성능이 강하며 작고 가벼운 니켈수소.리튬이온전지 시대로옮아가버렸다.또 삼성전관이 일본 유아사와 기 술공여계약을 하고니켈수소전지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양산까지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전자부품에 관한한 일본의 일방적 우위는 통산성이 발간한 통상백서에서도 그대로 엿보인다.
일본은 94년 한국에 38억4천만달러(반도체 제외)의 전자부품을 수출했다.
반면 반도체 이외의 대한(對韓)전자부품 수입은 아예 독립항목으로 잡혀있지도 않다.이같은 적자구조가 당분간 치유될 가능성도보이지 않는다.
일본에선 『한국은 꼭 필요한 자본재와 부품만 수입하는 건전수입국』-통산성 한국담당 하세가와 에이이치(長谷川榮一)과장-이란시각도 있지만 이런 구조는 어떻게든 풀어야할 멍에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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