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땅 건지섬 여인들 영국으로 낙태수술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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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영불해협의 건지섬.
앵글로색슨계 주민 6만명이 사는 이 영국령 자치섬은 금세기 유럽에서는 보기드문 부권국이다.
여성의 재산상속권이나 자녀에 대한 권리는 일절 인정되지 않으며 낙태를 하게되면 최소 3년간 감옥살이를 해야한다.
최근들어 이 섬에서는 인근 영국으로 낙태관광을 하는 여성들이늘어나기 시작했다.
건지섬의 유력일간지 이브닝 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15세에서 44세에 이르는 건지우먼의 10%가 영국으로 「외유」를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관광업체의 알선으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세인트 피터 포트(건지섬의 수도)에서 사우스햄프턴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 현지에서 대기중인 의사와 마치 첩보작전을 수행하는 007처럼 남의 눈을 피해 접선,낙태수술을 끝낸다는 것.
이들은 수술후 런던에 들러 천연덕스럽게 쇼핑까지 하고 돌아옴으로써 위장여행이 들통나지 않도록 「완전범죄」를 꾀하고 있다는것. 특히 이들은 떼를 지어 몰려다님으로써 서로간에 공통된 비밀로 만들어 영원히 낙태 사실을 은폐시키려는 치밀한 방법을 쓰고 있다.
건지섬이 여성에게 혹독한 까닭은 이 섬의 실세인 종교세력 때문이다. 70개가 넘는 개신교회들은 「정조대」를 버린 여성들을교회에서 축출하는 간접 종교재판을 자행하고 있다.
최근 의회에서 우여곡절끝에 낙태법 개정안이 제기되자 『낙태전범들에게 뉘른베르크 법정을』이란 구호를 내건 미국 「청교도」들이 도착, 낙태법개정 반대운동에 불을 지르고 있어 건지 여성들의 처지는 그야말로 암담한 실정.
이브닝 프레스는 『천지개벽하지 않는한 여성들은 「주홍글씨」의주인공 헤스터 프린의 슬픈 운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회의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최성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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