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강성 노동운동 부르는 산별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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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와 전국언론노조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등을 이유로 파업을 선언했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거듭되는 이들 노조의 강성 노동운동 배경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개별 사업장 노조원들의 의사가 무시되는 산별노조라는 것이다. 이 제도는 교섭력 극대화를 통해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권익을 신장한다는 명분 등으로 2년 전 도입됐다. 시행 전부터 노동계의 정치파업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일었고, 그런 우려는 곧 현실로 드러났다.

민주노총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 갖가지 정치적 이슈로 산하 산별노조들을 파업에 동원했고, 산업현장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렇다고 노동자의 권익이 크게 신장된 것도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고, 영세 기업들의 근로조건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시도 때도 없는 파업으로 나라만 혼란해졌을 뿐이다. 올 들어 6월 말 현재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가 전년 동기 대비 3배로 늘었다는 통계가 입증한다.

산별노조가 노사 모두에게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라는 점이 드러난 이상 정부는 시급히 법 개정 등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측도 생산 차질을 우려해 노조에 끌려 다니지만 말고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예컨대 산별경영협의회를 만들어 협상창구를 단일화함으로써 임단협 기간을 단축하고, 정치이슈에는 일절 응하지 않는 것이다. 사업장 단위노조들도 강경 일변도의 상급 노조에서 탈퇴하는 등 스스로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원치 않는 정치파업에 휘둘리지 않고 근로조건 개선에 전념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