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라면은 끓이지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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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안:배가 고프네.라면이라도 끓여 먹을까? 두사람:?? 청년 세사람이 모여 한참 떠들어대고 있다.그러다 보니 금방 배가 꺼지고 출출해 온다.이런 때 가장 손쉽게 등장하는 메뉴가 바로 라면.「파 숭숭,계락 탁!」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라면이 호주머니 가벼운 자취생들의 배고픔과 외로움을 얼마나 달래주는 식품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그런데 안아무개군처럼 「라면을 끓이다」를 직역해봐야 소용없다.「자네들도 배가 출출하지? 그러니 조금틀렸다고 해도 내가 무슨 말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지?」 하고지레짐작 하지 말기를 바란 다.이 말,일본인들한텐 백이면 백 절대로 안 통한다.
라면은 라멘(ラ-メン)이라 한다.원래 중국음식인데,한자로는 노면(老麵)이라 쓰지만 보통은 가타카나로 표기한다.끓이다는 동사는 와카스(わかす).그런데 이 와카스를 사용할 수 있는 건 물을 끓일 때만이다.우리말로는 커피도 끓인다고 하 지만,일본어로는 커피를 끓인다고 하지 않고 「커피를 만든다,혹은 커피를 넣는다(탄다)」고 해야 맞다.커피도 못 끓이는데 라면을 끓일 리가 없다.라면은 끓이는 게 아니라 만든다고 한다.그러니까 「라면을 끓이다」는 「라멘오 쓰쿠루(作る )」라고 해야 통한다.
여담이지만,인스턴트 라면을 원조 중국에서는 방편면(方便面)이라고 쓴단다.편리하고 손 쉬운 국수라는 뜻이라고.
おなかが すく:배가 고프다/ラ-メン:라면/わかす:끓이다/た(食)べる: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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