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기록원 “서버 등 e지원 시스템 반환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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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새벽 경기도 성남 국가기록원 산하 대통령기록관에서 관계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반납한 기록물을 옮기고 있다. 국가기록원 측은 이 기록물들을 정식 반납이 아닌 ‘임시 보관’키로 했다. [성남=연합뉴스]

정부와 봉하마을 사이의 대통령 기록물 유출 공방이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18일 오후 봉하마을에서 있었던 국가기록원과의 반환협상이 결렬된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당일 밤 하드디스크 14개와 백업용 파일 14개를 직접 경기도 성남의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겼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기록물을 운반한 게 정당했는지의 절차적 논란과 함께 ‘봉하마을에 남아 있는 서버 등 하드웨어 시스템까지 반환돼야 하느냐’의 문제로 정부와 노 전 대통령 측이 다시 한번 정면충돌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가기록원 측은 20일 “대통령기록물의 완전한 회수를 위해선 서버 등 봉하마을에 남아 있는 ‘e지원 시스템’ 전체가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기록원은 이날 발표한 설명자료에서 “시스템 내에 존재하는 로그기록을 확인해야 기록물이 제2, 제3의 사본으로 유출됐는지 확인이 가능하다”며 “시스템을 반환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 기록물 사용 내역을 은폐하려는 의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노 전 대통령 측을 압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서버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확인해야 ▶봉하마을로 유출된 하드디스크가 원본이었는지 복사본인지 ▶누가 어떤 식으로 자료에 접근했는지 ▶파생 유출이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국가기록원은 “봉하마을에 남아 있는 서버에도 대용량의 하드디스크가 탑재돼 있기 때문에 반환되지 않은 대통령기록물이 시스템 속에 별도로 저장돼 있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제기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은 “서버 등 하드웨어 시스템은 노 전 대통령이 사비를 들여 구축한 개인 사유물”이라며 “청와대가 무슨 근거와 권한으로 개인 사유물에 대해 국가에 반납하라는 월권행위를 일삼고 있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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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e지원 소프트웨어’는 기록물 사본이 담긴 하드디스크와 함께 이미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했다”며 “봉하마을 내엔 기록물을 열어볼 수 있는 e지원 소프트웨어도, 기록물도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측은 “설사 노 전 대통령 측 주장대로 e지원 프로그램이 반환됐다 하더라도 봉하마을 서버 속에 또 다른 e지원 프로그램이 깔려 있을 수 있다. 확인이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18일 밤 기록물을 노 전 대통령 측이 직접 옮긴 것도 계속 논란거리다. 청와대와 국가기록원은 “충격 방지를 위해 무진동 차량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대통령 기록물을 봉하마을 측은 일반 승용차에 싣고 시속 100㎞로 이동해 4시간 만에 경기도 성남의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겼다”며 “대통령 기록물을 훼손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 측은 “국가기록원이 통보한 반환시한(18일)에 맞추기 위해 직접 반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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