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되살아난 허리 라인 … 축구명가 ‘본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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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과 성남의 경기에서 성남 조병국(右)이 수원 신영록에 앞서 헤딩으로 공을 쳐내고 있다. [사진=이호형 기자]

성남 일화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성남이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K-리그 15라운드 경기에서 1-0으로 승리, 선두 수원을 승점 3점차로 쫓아갔다.

폭우와 야간경기의 조명 아래서 성남의 노란 유니폼은 더욱 도드라졌다. 한때 상대팀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K-리그 7회 우승에 빛나는 바로 그 노란 유니폼의 성남이었다. 수원과 정면승부를 펼치며 일진일퇴의 혼전을 주도한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후반 교체투입으로 승기를 잡았다. 깜짝 선발로 내세운 김건연을 빼고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최성국을 투입했다. 교체투입은 즉효였다.

후반 4분 최성국이 수원의 왼쪽 측면에서 연결해준 공을 두두가 침착하게 왼발로 밀어 넣어 결승골을 뽑아냈다. 주전 수비수 마토, 곽희주가 빠졌음에도 안정적이었던 수원의 수비도 이 순간엔 두두를 놓치고 말았다. 최근 시야가 한껏 넓어진 최성국의 패스가 돋보였다. 결승골의 주인공 두두는 14호 골로 득점 단독선두를 질주했다.

올 시즌 들쭉날쭉한 수비력 때문에 예전만 못 하다는 평가를 받은 성남은 이 경기를 통해 확실히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수비력에 큰 부담을 안겨줬던 미드필드의 변신이 두드러졌다. 올 시즌 전반기 중반 기동력이 현저히 떨어졌던 김상식과 손대호는 예전 대표팀 시절의 체력을 회복해 수원의 예봉을 사전에 차단했다. 성남은 이로써 최근 맞대결에서 3경기 연속 이겨보지 못 했던 수원 징크스를 씻어내며 본격적인 선두 쟁탈전에 나섰다. 반면 지난주 대전에 일격을 당해 연승행진이 멈춘 수원은 2연패로 쫓기는 입장이 됐다.

제7호 태풍 갈매기가 몰고온 폭우에 K-리그 그라운드의 골도 씻겨 내려갔다. 흐린 날씨였던 남부지방 위주로 경기가 열린 19일에는 4경기에서 14골, 경기당 3.5골이 터졌지만 비가 내린 20일은 수원-성남전을 포함, 3경기에서 3골에 그쳤다.

전남 광양에서 열린 전남과 인천의 경기는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 했다. 전반 양팀 모두 확실한 주포가 포문을 열었다. 기선을 잡은 쪽은 원정팀 인천. 전반 28분 방승환의 패스를 받은 라돈치치가 골로 연결, 시즌 9호 골을 신고했다. 홈팀 전남은 3분 뒤 슈바의 동점골로 경기의 균형을 되찾았지만 더 이상 쫓는 자의 여세를 몰아가지 못했다.

조직력이 탄탄한 팀 간의 대결로 결과를 떠나 재미있는 내용이 기대됐던 제주와 대전의 대결은 득점 없이 비겼다.

수원=장치혁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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