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넘는 키다리 5명 … ‘거인 군단’ KC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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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프로농구 KCC의 높이가 만리장성급으로 높아졌다.

허재 KCC감독은 20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2008 한국농구연맹(KBL)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예상을 깨고 가드 대신 장신들을 뽑았다.

1라운드 맨 마지막 순번인 10번에서야 첫 지명권을 행사한 KCC는 처음 207.1㎝의 미카 브랜드를 선택했다. 바로 다음인 11번째 순번에는 203.4㎝의 브라이언 하퍼까지 뽑았다. 기존의 하승진(23·222㎝), 서장훈(34·207㎝), 정훈(29·201㎝)의 2m 트리오가 성에 안 찬 듯 외국인 선수 두 명도 2m 이상 ‘타워급’으로 채웠다. 이로써 허 감독은 2m 이상 선수들로 5명의 라인업을 짤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팀을 구성했다. 허 감독은 지명을 마친 후 “정훈을 포인트가드로 쓰고 얘네들 4명을 한꺼번에 뛰게 할까”라며 활짝 웃었다.

주위에서는 투정 섞인 농담이 터져나왔다. 전창진 동부 감독은 “이 멤버를 갖고 왜 KBL에서 뛰려 하느냐. 유럽이나 중국으로 가라”고 말했고, 박종천 전자랜드 코치는 “KCC와 경기할 때는 림이 안 보이겠다”며 걱정했다.

허재 감독은 “서장훈이나 하승진을 도와줄 수 있는 선수들을 택했다. 동부는 김주성·윤호영이 키도 크고 빨라 기술농구가 가능하지만 우리는 그것보다는 신장으로 우위를 점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높이의 팀’인 동부는 레지 오코사(28·204.1)와 재계약했고, 194.3㎝로 비교적 단신인 웬델 화이트(24)를 추가로 선발했다. 전창진 감독은 “그동안 항상 작은 선수 쪽에 고민이 많았는데 올해는 화이트가 그런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자랜드는 전체 1순위로 리칼도 포웰(25)을 뽑았다. 포웰은 196.8㎝의 포워드로 센터를 뺀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만능선수로 꼽힌다.

지난 시즌에는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D-리그 다코타에서 경기당 평균 22.5점을 기록, 득점 2위에 올랐다.

또 평균 6.4리바운드와 4.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은 “득점력도 좋지만, 어시스트가 좋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며 “우리 팀의 경우 외곽 슈터들이 많기 때문에 해결사보다는 국내 선수들을 살려줄 선수가 필요했는데 포웰이 그런 선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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