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새로운 얼굴과 맥 여의도 주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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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판이 15대 총선을 계기로 확 바뀔 전망이다.정치신인이 대거 도전장을 낸 반면 현역 의원들은 예선(공천)에서부터 부지기수로 탈락했다.현역 지역구 의원중 당선 가능성 저조등 이유로소속당의 공천에서 탈락한 지역구의원은 56명,비 율로는 24%다.공천발표전 탈당자를 제외하고도 그렇다.
여기에 여야의 전국구 의원 62명중 강세지역 지역구를 맡거나전국구 재공천이 유력시되는 사람은 불과 20명선.약 1백여명이예선에서 탈락하는 것이다.본선 탈락자를 감안하면 15대 국회의원의 면면(面面)은 전체 최소한 절반 이상이 바뀔 것 같다.
단순히 얼굴만 바뀔 것 같지 않다.공천자들의 면면을 보면 질(質)의 변화도 감지된다.그간 우리 정치권의 주 인맥은 여당의경우 군(軍).공무원.당료를 축으로 형성됐다.야당은 당료.재야인사의 2원 구도였다.실제 여야를 합쳐 제헌때부 터 14대국회까지 역대 국회의원중 정당 관계자는 14.1%,공무원 14.6%,군출신 8.5%등이었다.
이제 그 맥(脈)이 바뀐다.4당 공천자의 출신을 보면 군출신의 퇴조가 가장 눈에 띈다.4당의 공천자 숫자가 불과 15명이다.5공초기 기세등등했던 육사와 서울대법대의 이른바 「육법당(陸法黨)」은 이제 한쪽 축이 무너졌다.국민회의가 14대때의 절반인 2명을 공천하고 보수정당인 자민련이 단 1명의 군출신을 공천한 것이 상징적 사례다.
군사정권 32년이 지나간뒤 첫 총선을 맞아 출마단계에서부터 엄청난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전직 장-차관.중앙부처 국장.시장.군수.경찰등 공무원 집단의퇴조도 특기사항같다.이번에 출마하는 공무원층은 4당을 합쳐 87명.4당 후보자의 9.8%로 줄어들었다.공무원출신중 상당수 정치 지망생이 6.27 지방선거에서 각급 단체장 으로 대량 소화된게 숨은 이유로 보인다.
이 공백을 메우면서 새롭게 진출하는 인맥이 시민사회단체.법조계.문화계 출신인사등 광의(廣義)의 시민세력이다.노동.환경운동,지역의 각급 단체등 시민사회단체 출신으로 출마한 후보들은 1백60명선.야3당은 평균 다섯명중 한명을 이런 사 람으로 채웠다. 이번 선거가 역대 선거중 여당이 가장 고전(苦戰)할 것이란 예상을 감안하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선거 결과에따라서는 탄탄한 지역기반을 갖춘 「시민정치인 시대」를 바라보게한다. 판.검사,변호사등 법조인도 이번에 대거 뛰어들었다.신한국당과 국민회의등 주요 정당의 후보는 10명중 한명이 법조인이다.이들이 국회에 들어올때 법치(法治)를 외치는 목소리는 입법부를 진동시킬지 모른다.
평균 연령도 대폭 젊어질 수밖에 없다.여당인 신한국당조차 40대이하가 23%다.국민회의는 20대 후보를 비롯,해방이후 출생자가 열명중 네명꼴이고 민주당은 두명중 한명꼴이다.
학력도 좋아졌다.4당후보중 고졸이하는 34명에 불과하다.대학이나 대학원졸 이상이 95%다.고학력 추세가 정치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화 추세에는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종.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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