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생필품 청량음료서 타월까지 대형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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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큰 것이 더 좋다」.요즘 날로 몸집이 불어가는 미국 생필품의 사이즈를 두고 하는 말이다.이제 중간(미디엄)크기란 어중간한 표현은 적어도 미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미국에서 먹고 마실 것을 주문할 때 외국인들은 당황하기 쉽다. 식음료의 사이즈가 큰 것 일색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맥도널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청량음료의 크기는 레귤러(보통).라지(대형).슈퍼사이즈(특대형) 세가지 뿐이다.주문표에서 소.중.대형의 구분이 사라진지 오래다.보통 크기(레귤러)라 해도 사이즈는 한국의 웬만한 대형을 능가한 다.경쟁업체인 버거킹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에선 최소형 음료의 사이즈가 무려 16온스(4백73.6㏄)다.41년전 버거킹이 처음 문을 열 당시에는 제일 큰 사이즈가 12온스였다.45년전에 팔리던 최대크기 보다 3분의 1(4온스)이나 늘었는데도 요즘 기준으로는 최소형이다.
현재 버거킹 음료의 최대 사이즈는 32온스(9백47.2㏄)다. 이보다 한 술 더뜨는 곳도 있다.미국 전역에 가맹점을 열고있는 유명 편의점 세븐 일레븐에서 파는 음료의 최대사이즈는 무려 64온스로 거의 2리터에 육박한다.
대형화 추세는 일반 생필품에서도 흔히 눈에 띈다.몇년 전 어떤 콘돔회사는 특대형이라 이름붙인 제품을 내놓아 짭짤한 수익을올렸다.종이타월도 대형과 점보사이즈만 불티나게 팔리지 보통이나중간크기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있다.
이제 중간(미디엄)이란 명칭은 스테이크를 구울 때나 여성 화장품의 색조를 나타낼 경우에나 쓰인다.
물론 이때 의미는 크기와는 상관이 없다.
업자들이 중간크기는 없애고 큰 것만 내놓는 데는 나름대로 속셈이 있다.한마디로 한 푼이라도 더 이익을 남기려는 장삿속 때문이라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다.싼값에 더 많은 양을 사려는 고객의 알뜰 취향을 맞춰주면서 제품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포장비와 인건비를 대폭 줄이자는 노림수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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