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터치하는 복합금융숍 눈에 띄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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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ㆍ현대카드 ‘파이낸스 숍’ 광화문 지점에는 지점장실이 따로 없다. 곽봉규 지점장의 책상은 사무실 한 켠에 있다. 시선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면, 고객이 “여기가 대출상담 받는 곳인가요?” 라고 묻는다. 그러면“금융상담도 받으시고 편히 쉬었다 가세요”라고 말한다.

이곳은 현대 캐피탈과 현대카드가 2006년 8월 국내 업계 최초로 도입한 멀티 서비스 금융공간인 ‘파이낸스 숍’(Finance shop)이다. IT 기술의 발달로 얼마든지 인터넷과 전화 등 디지털 채널에서 금융업무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오히려 직접 상담과 대면 접촉을 통해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파이낸스 숍은 기존 금융지점과 차별화된 인테리어와 감각적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언뜻 보기에는 부유층을 위한 PB(Private Banking) 업무를 보는 곳 같지만, 모든 고객이 신속하게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금융 서비스 공간이다.

직접 대면 통한 원스톱 금융 서비스 제공

‘블랙샵’과 ‘블루샵’이라는 컨셉으로 비주얼을 높이고, 지하철역 인근의 건물 1층에 위치해 고객의 접근성과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노출을 극대화했다. 파이낸스 숍은 현대캐피탈ㆍ현대카드 정태영 사장(48)이 평소 강조해온 ‘비주얼을 통한 무형의 서비스의 유형화’라는 경영철학의 산물이다.

현재 광화문, 명동, 선릉, 현대ㆍ기아본점은 ‘블랙샵’, 영등포, 마포, 양재, 서초, 일산, 구로지점은 ‘블루샵’이 운영 중이다.
‘블랙샵’은 고객 상담은 물론 차를 마시며 예술작품 감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멀티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에 반해 ‘블루샵’에서는 비교적 금융업무에 치중하고 있다.

고객은 이 곳에서 금융 업무 뿐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와 특징을 한 공간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서비스와 함께 기업 체험을 파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정형화된 제한적 공간을 탈피하여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를 색상별 섹션으로 나누어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끼게 한다.

레드(Red)섹션은 디자인 섹션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제휴하여 디자인 상품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된 상품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오렌지(Orange)섹션은 현대카드 라이프 스타일 서비스인 ‘PRIVIA’ 섹션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선정한 여행, 쇼핑, 교육, 공연, 레저 등의 PRIVIA 상품을 전시하고 있다. 브라운(Brown) 섹션은 커피가 제공되는 섹션으로 전월 카드 이용실적이나 현대캐피탈 이용 금액이 일정수준 이상인 고객은 누구나 무료로 프리미엄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블루(Blue)섹션은 금융서비스 상담이 이루어지며, 3차원 영상을 통해 다양한 상품과 회사 내 영상물과 광고를 감상할 수 있다.

섹션별 운영으로 다양한 서비스 체험

섹션별 운영에 따라 고객들은 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체험하고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효과도 보고 있다. 업무별로 지정된 지점을 찾아가야 하는 종래의 방식과는 달리, ‘파이낸스 숍’에서는 전 분야의 상담이 고객에게 원스톱으로 제공된다. 상담 직원들은 전방위에 걸쳐 새로운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독창적 인테리어 및 운영 방식 모두 국내 최초로 시도된 것이어서 공식ㆍ비공식적으로 경쟁 금융사 및 통신업체 등 많은 곳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오기도 한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광화문 파이낸스숍 곽봉규 지점장은 “하루에 200~300명의 많은 고객이 방문 하지만, 정기적으로 꾸준히 방문해 주시는 고객도 많다”며 “자주 방문하는 고객들을 위해 회사에서 제공되는 고정 서비스를 넘은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고객들과 자주 대면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파이낸스 숍은 향후 지방, 광역시로도 지점을 지속 확장할 계획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에 호소

현대캐피탈ㆍ현대카드뿐만 아니라 은행 업계 전체가 바뀌고 있다. 2006년부터 각 은행들은 고급스런 인테리어에서부터 고객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터치하는 영업전략이 확대해오고 있다. PB점포에서 시작된 새로운 바람이 일반 지점까지 불고 있는 것이다.
2006년 7월 문을 연 SC제일은행 서초중앙지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곳은 제일은행이 실시한 지점사업계획 공모에서 당선된 김대윤(49)지점장이 세일즈 및 내부 인테리어를 직접 디자인해 화제가 된 바가 있다. 지점의 특수한 환경요소와 고객 성향을 분석한 다음 고객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점포다. 지점장이 지점의 위치와 직원 배치, 그리고 상품 마케팅 및 세일즈 계획까지 권한을 갖는 점포로 2005년 개점한‘강남 중앙지점’‘압구정역지점’이 1, 2호점이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고객들은 전형적인 은행과는 다른 분위기에 어리둥절해 하지만 은행 입구에 위치한 ‘서비스 앰버서더’가 고객을 직접 안내한다. 인테리어는 칵테일 바 같은 분위기다.

지점장이 직접 디자인한 인테리어

서초중앙지점은 국내 정서를 감안해 칸막이 창구로 꾸며 고객들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준다. 지점장이 직접 내부경영 및 인테리어를 디자인 한 것은 국내 최초다.

개점 후 2년이 지난 지금 눈높이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영업 실적도 부쩍 늘었다. 김 지점장은 “이 지역의 특성상 주부들 고객들이 많아 환경에 맞는 영업전략을 펼친다”며 “다른 은행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로열티 고객을 끌어들이기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맨투맨으로 만나 그들의 감성을 터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2층에 마련된 PB룸은 고객들에게 안락한 휴식을 제공하는 카페 같은 곳이다. 고민도 들어주고 인생상담도 해주는 곳이다. 김 지점장은 “당장의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라면 단기 손해도 감수할 줄 아는 기다림의 미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영업전략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장기 영업전략의 수단으로 아직 많은 금융기관들이 선뜻 시도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금융 선진국인 미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금융기관의 개혁을 통해 고객들을 자극하여 평생 고객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9년 자본시장 통합법을 앞두고 많은 금융기관들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면서 한편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정현 대학생 인턴기자(동국대 경영학과 4학년) , 김영실 인턴기자(동덕여대 데이터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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