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일본 게임산업 성공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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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리는 한 일이 없어요.민간업체들이 알아서 했습니다.』 최근 일본의 게임산업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도쿄에 들른 우리나라 공무원들에게 일본 통산성 관리가 들려준 말이다.
우리 공무원들이 물어본 것은 일본의 게임산업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게 되기까지 정부가 어떻게 거들었느냐는 것이었다.그러나 뜻밖에 게임산업을 육성한 적도,특별히 관여한 적도 없다는 대답만 듣게된 것이다.
이번엔 게임업체를 찾아갔다.『도대체 누구에게 허가받느냐』고 물었다.한결같은 대답은 『글쎄요,아마 통산성일텐데요』정도였다.
꽁꽁 숨겨진 게임산업육성의 비책(비策)을 배워오자는 해외출장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이들이 만나본 일본 게임관계자들의 성공담은 너무나 무미건조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전자오락실에 대한 이미지가 「더럽고,어둡고,위험한 곳」이었다고 한다.그러자 한 업체가 부모들이 마음놓고 자식들을 보낼 수 있도록 오락실 조명을 백화점 수준으로 바꾸고 점포를 넓히고 실내디자인을 깔끔하게 만들었다.가상현실과 3차원컴퓨터그래픽스기술등 첨단기술을 응용한 기계를 도입했다.심지어 도심 한복판의 게임센터 안에 가라오케.
볼링장.레스토랑까지 집어넣었다.발목을 잡는 규제는 아무 것도 없었다.이 업체가 큰 성공을 거두자 나머지도 모두 이를 모방해오늘과 같은 모습이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10년전부터 3~4개 부처가 평수.
장소.요금.영업시간 제한에 나서 사업 확장을 막아버렸다.전자오락실이 「필요악」으로 대우받고 있는 동안 일본은 연간 1조엔 규모의 대형시장을 만들고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추 게 됐다.
선의의 규제라도 왜곡된 결과를 빚을 수 있다.따라서 공무원은규제가 당초 목적에 맞는 실효성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 늘 점검하고 개선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지원이나 육성은 커녕 규제단일화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국내게임업체들의 하소연은 게임산업 육성의 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김정욱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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