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너무 예쁜 애벌레 ‘통통이’… 동네 명물됐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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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통통이는 똥도 예뻐!
이상권 지음, 정지윤 그림
샘터, 60쪽, 7500원, 초등 저학년

“이야, 다시 보니까 잘생겼다. 보통 애벌레하고는 다르다.”

딸이 주워온 애벌레를 보고 엄마가 한 말이다. 이 책의 독자라면 100% 이 말에 공감할 정도로 애벌레에 푹 빠지게 하는 환경동화다.

‘징그럽다’‘무섭다’며 기피해온 애벌레 한 마리지만 생명의 신비로움과 자연의 위대함을 깨우쳐 주기에 충분했다. 자연에 하찮은 존재란 없었던 것이다.

‘생태동화작가’로 꼽히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담을 엮어낸 이야기다.

작가는 애벌레를 길러본 경험을 토대로 이미 『애벌레가 애벌레를 먹어요』『애벌레를 위하여』 등 두 권의 책을 펴낸 바 있다.

아빠와 함께 뒷산에 산책 나간 단후는 떡갈나무 아래 땅바닥에 기어가는 초록색 애벌레를 발견했다. “단후야, 우리 이 녀석을 한번 길러 볼까?” 애벌레와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됐다. 감자과자가 들었던 빈 깡통에 물을 채운 다음 떡갈나무 가지를 꽂아 베란다 화분걸이에 걸쳐뒀다. 그리고 애벌레는 떡갈나무에 붙여 놓았다. 애벌레는 쑥쑥 자랐다. 머리통이 크고 몸은 통통했다. 그래서 이름도 ‘통통이’라고 붙였다.

단후네 가족은 매일 저녁 무렵 산에 가야 했다. 통통이의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다. 통통이는 굴참나무 잎만 먹었다. 아까시나무 잎이나 산초나무 잎은 입도 대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본 통통이는 참 신기했다. 우선 다리가 많았다. 앞쪽에는 뾰족한 가시 모양의 다리가 여섯 개, 뒤쪽에는 볼록볼록 둥그렇게 튀어나온 다리가 여덟 개, 몸 끝에는 꼬리처럼 생긴 다리가 하나 있었다. 이빨도 있었다. 윗니 두 개, 아랫니 두 개. 사람처럼 하얀색이었다. 단후는 통통이가 똥 싸는 모습이 가장 우스웠다.

통통이는 항상 엉덩이를 거꾸로 세우고 똥을 쌌다. 똥이 통통이의 몸 위로 떼구르르 굴러서 떨어지기도 여러 번. 똥 모양을 모두 똑같았다. 금방 딱딱해지는 통통이의 똥은 총알 같기도 하고, 과자 같기도 했다.

통통이를 구경하러 이웃들이 놀러왔다. 아파트에서 애벌레를 키우는 단후네를 이웃들은 부러워도 했고, 신기하게도 생각했고, 이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 애벌레는 이상하게도 징그럽지 않네. 무섭지도 않고 말야.” 엄마 친구의 말에 단후는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는 통통이가 고치를 짓고 번데기가 된 뒤 노랗고 예쁜 유리산누에나방이 될 때까지, 그리고 다시 자신이 태어난 뒷산으로 가서 다른 나방과 짝짓기를 할 때까지 이어진다. “애벌레도 잘생기더니, 나방도 잘생겼구나.” 감탄한 가족들은 나방을 떠나보내며 “꼭 시집보내는 것 같구나”라고 아쉬워했다. 책 뒤쪽엔 작가가 직접 찍은 통통이의 사진이 실려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이렇게 생생한 곤충의 한살이를 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책을 읽은 아이들, 이제 길을 걸을 때마다 땅바닥을 기웃거릴 듯싶다. 혹 애벌레가 붙어 있던 나뭇잎이 바람에 떨어지지는 않았을까. 당황해 하는 애벌레를 냉큼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질 것 같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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