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교단 물흐리는 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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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프랑스제 상표 샘플까지 보여주며 외국 출장길에 옷을 사오라하더군요』『스키복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아이가 임원이 됐으니인사를 하는건 당연하다고 하더군요.』 서울J초등학교 Y교사의 촌지 추문(본지 3월1일자 23면)이 보도된뒤 이와 비슷한 금품강요 사례를 경험한 여러 독자들이 전화를 걸어 왔다.
이번 Y교사 사례는 믿기 어려운 특수한 경우로 보이기는 하나많은 독자들의 반응은 부끄럽고 비교육적인 촌지가 우리 교육현장에 여전히 뿌리를 뻗치고 있음을 확인케 했다.
물론 촌지를 주고 받는 것이 교사의 일방적 강요로 지속돼온 것은 아닐 것이다.아이에 대한 특별배려의 기대,또는 교사의 눈밖에 나거나 가슴에 못박힐 소리를 들어 기가 죽을까봐 『제발 우리 아이만은…』하며 금품을 건네는 학부모와,또 이를 받아들이는 교사간에 「무언의 흥정」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흥정속에는 교육자로서 중심을 잃은 교사의 추한 모습과 부도덕함,또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경멸감과 위선.죄책감등 복잡한 감정 구조가 깔려있다.교사에게 촌지를 주는 학부모들은 등뒤에서 갖은 경멸을 다하면서도 『자식이 담보』라며 촌지문화를 재생산하는 일에 동참해왔다.
이번에 J학교 학부모들은 이러한 모순의 고리를 끊기로 했다.
처음에는 『우리아이 담임만 안맡았으면』『다른 학교로 전출만 시켰으면』 하고 「내 자식」만 생각하던 학부모들이 『그릇된 교사는 교단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결의를 표출한 것이 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학교운영위원회등 학내의 제도적 장치와 학부모단체를 통해 그릇된 교사의 촌지요구 행태에 대한 학부모 감시활동의 필요성이 새롭게 인식되어야 한다.교단 역시 교사와 학부모간의 신뢰를 확립해 나가기 위한 방안이나 결의 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강양원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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