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교묘한 南北대화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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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북관계가 최악의 경색국면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최근 남북대화 재개를 요청하는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경웅(金京雄)통일원 대변인은 29일 『지난 1월12일 남북대화를 제의하는 북한측 인사 명의의 팩스가 통일원에 들어온사실이 있다』며 『정부는 이 팩스의 출처가 불분명한데다 신뢰성에 문제가 있어 묵살했다』고 밝혔다.일본의 아사히( 朝日)신문도 같은날 미국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북한이 지난 1월 한국계 미국인을 통해 남한측에 남북대화 재개를 요청했으나 남측이 이를 무시했다』고 보도했다.또 지난달 26일 북한 노동당 김용순(金容淳)대남담당 비서를 만나고 돌아온 미국 CNN-TV 이슨 조르단 부사장도 『북한이 대화 재개 용의를 보였다』고 전했다. 통일원은 북한의 이같은 물밑 남북대화 공세를 「평양의 공넘기기」전술로 파악하고 있다.한마디로 남북대화 의사도 없으면서중단 책임을 서울로 슬쩍 돌려놓고 자신들은 워싱턴 또는 도쿄(東京)와의 관계개선을 추진하려는 기만술책이라는 것 이다.
현재 남북대화는 북.미,북.일 관계 개선에 앞서 북한이 풀어야만 하는 사실상의 전제조건이다.따라서 평양으로서는 비공식 제안을 흘린후 남한이 거부하면 이를 구실삼아 남북대화라는 걸림돌을 건너뛰자는 속셈이다.이런 관점에서 당국자들은 『워싱턴과 도쿄가 북한의 이같은 얕은 꾀를 잘못 해석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또 평양의 이같은 움직임이 우리의 4.11 총선을겨냥한 대남 정치공세 성격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북한은 연초부터 우리의 총선 교란을 목적으로 「남북 정당.단체간 연석회담」과 대남 편지공세를 가해왔는데 이번 공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한편 정부는 공식적인 남북대화 요건에 미달하는 평양의 대화 제의는 앞으로도 일축한다는 입장이다.통일원의 한 간부는 『우리는 이미 지난해 베이징(北京) 3차회담에서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 당국의 공식 요청 ,한반도내 회담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북한이 진정으로 남북대화를 원한다면 공식 채널을 통해 제대로 된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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