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박종호 "新났다"…삼성의 악바리, 연속경기 안타 대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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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게임 연속안타 기록을 이룬 삼성의 박종호(右)에게 상대팀인 LG의 이병규가 축하하고 있다. [대구=연합]

새 역사가 만들어졌다. 삼성 박종호(31)가 프로야구 연속 경기 안타의 서른두번째 페이지를 열었다. 1982년 한국프로야구 출범 이래 아무도 들춰보지 못한 신천지였다. 꾸준한 자기 관리와 끈끈한 승부욕. 한마디로 철인정신과 악바리 근성이 보태져 만들어낸 대기록이다.

박종호는 13일 대구 LG전에서 3회 말 두번째 타석에서 3루수 강습 내야안타를 기록, 지난해 8월 29일 수원 두산전에서 시작된 자신의 연속경기 안타 행진을 '32'로 만들었다. 박종호는 볼카운트 1-2에서 상대 선발 투수 김광삼의 4구째 바깥쪽 낮은 공을 세게 밀어쳤고 그라운드를 강하게 두 번 튀긴 타구는 다이빙캐치를 시도한 LG 3루수 김상현의 글러브를 맞고 튀면서 내야안타가 됐다.

대구구장에는 서른두발의 축포가 터졌고, 전광판에는 대형숫자 '32'가 새겨지며 '기록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켜졌다.

99년 박정태(롯데)가 세운 31경기 연속안타 기록을 5년 만에 갈아치운 박종호는 이제 일본 프로야구 최고기록인 33경기(79년 다카하시)에 1경기 차로 다가섰다. 메이저리그 최고기록은 41년 조 디마지오(당시 뉴욕 양키스)가 세운 56경기다.

지난해까지 현대에서 뛰었던 박종호는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로 4년간 22억원을 받기로 하고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92년 서울 성남고를 졸업하고 LG에 입단, 프로에 데뷔했으며 98년 현대로 트레이드됐다. 박종호는 투수 유형에 따라 좌우 타석을 오가는 스위치히터다.

기아는 문학 SK전에서 선발 김주철의 호투를 앞세워 4-0으로 승리, 5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롯데는 수원 현대전에서 9회 말 현대 송지만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7-8로 역전패했다. 롯데는 LG전 두 게임을 포함, 끝내기로만 3연패했다.

대구=이태일 야구전문기자

*** "내친김에 아시아 기록 갈아치울 것"

박종호의 눈가에는 물기가 촉촉했다. 그는 "새 팀으로 옮긴 뒤 대구 홈팬들 앞에서 기록을 세워 무엇보다 기쁘다"며 말문을 열었다.

-안타를 때리는 순간 기분이 어땠나.

"약간 타이밍이 늦었지만 정확히 맞았기 때문에 '안타'라는 기대를 했다. 정면승부를 해준 LG 김광삼 투수가 고맙다."

-일본 최고기록과 한 경기 차인데.

"주위 분들을 통해 들었다. 이왕이면 일본 기록을 깨고 아시아 최고기록을 세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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