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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에 이익대표부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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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란의 핵 개발 문제로 한때 전쟁 직전까지 가는 등 심각한 갈등을 겪던 미국과 이란 관계가 급속히 화해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이란과의 핵 협상에 차관을 파견키로 한 데 이어 29년 만에 이란에 이익대표부 설치를 추진키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도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이란 핵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길이 열리고, 유가 안정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 미국 정부가 대사관 개설 중간 단계인 이익대표부를 테헤란에 설치키로 했으며 다음달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CBS·BBC·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도 가디언을 인용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란 과격파 학생들이 1979년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을 벌여 양국 외교 관계가 단절된 후 29년 만이다. 워싱턴에 이익대표부를 두고 있는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13일 미국의 이익대표부 설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미국은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이란 핵 회담에 윌리엄 번스 국무부 차관을 파견키로 했다고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이 16일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우리는 더 많은 이란인이 미국을 방문하길 바란다”며 화해의 손길을 보냈다. 이란이 먼저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지 않으면 어떤 대화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온 미국이 달라진 것이다. 미국의 변화는 최근까지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해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고, 이란이 이에 맞서 연이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던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가디언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재임 기간 내내 이란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익대표부 개설 추진은 놀랄 만한 방향 전환”이라 고 분석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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