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시늉만 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기업 민영화가 후퇴할 조짐이다. 대한주택보증이나 한국감정원처럼 민간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공기업들만 애초 계획대로 민영화하기로 했다. 종전에 민영화를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던 한국전력기술과 한전KPS 같은 한국전력 자회사는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과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 자회사 5곳,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원안대로 민영화를 하지 않고, 경영합리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가스공사도 민영화를 하지 않는 대신 석유공사처럼 대형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특히 공기업 진로의 결정권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서 각 주무부처로 넘어가면서 공기업 민영화 폭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공기업 개혁 방안에 대한 총괄 발표를 당분간 하지 않고 (개혁 방안에 관한) 결정권을 각 부처에 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애초 이달 중순께 공기업 개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국회 상황과 최근의 정국 흐름 등을 감안해 계획을 바꾼 것이다. 그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이나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통합 등도 주무부처에 맡기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관련 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은 일부 변경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에너지 위기가 확산하는 데다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지면서 일부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기술과 한전KPS의 민영화 안을 재검토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분야는 민간기업과 경쟁 환경이 조성된 곳으로 좁혔다. 대한주택보증·한국감정원 등이 대표적이다. 코레일의 자회사 5곳과 주택관리공단·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 등도 민영화 대상으로 분류됐다. 정부가 보유한 현대건설 등 16개 기업의 지분도 매각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기업 개혁의 후퇴는 국가 성장 동력의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강원대 김광수 교수는 “조직이 비대해지고 효율성이 떨어진 공기업을 그냥 둔다면 국가 경쟁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며 “공기업 민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J-HOT]

▶ 83년 강남 최초 백화점 '흉물' 됐다가 이젠…
▶ "살인적인 물가…홍콩경제 통째로 무너질라"
▶ 공기업 민영화 시늉만? 한전·가스공사 안하기로
▶ 주가 떨어져도 수익? 설마가 파생상품 잡네
▶ 한투 사장 "英 펀드매니저, 한국인 '식권'이라 비웃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