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비바람·러프 … 항아리 벙커 … ‘탱크’ 첫날 장애물 통과 ‘합격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브리티시 오픈이 개막했다. 최경주가 2번홀에서 비바람 속에 티샷을 한 뒤 공을 바라보고 있다. [사우스포트 AP=연합뉴스]

‘잔인한’ 로열 버크데일이었다. 항아리처럼 깊은 벙커에 웃자란 러프는 여느 해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브리티시 오픈의 트레이드 마크인 굵은 빗줄기와 세찬 바람이 더해지면서 대참사를 위한 완벽한 조건이 갖춰졌다. 비제이 싱(피지)이 첫날부터 희생자가 됐고, 세계랭킹 2위 필 미켈슨(미국)도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떨어져 나갔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시 오픈이 17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인근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파70·7173야드)에서 개막했다. 비바람 속에서 치러진 첫날 경기부터 상위 랭커들이 줄줄이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도 ‘탱크’최경주는 2오버파(보기 4, 버디 2개) 72타를 쳐 상위권에 올랐다.18홀을 마친 선수 가운데엔 레티프 구센(남아공)과 마이크 위어(캐나다)가 각각 1오버파로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오후 11시30분 현재>

최경주가 로열 버크데일에 선 것은 10년 만이었다. 그는 1998년 이 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 오픈에서 메이저 대회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엔 예선전을 거쳐 힘겹게 본선에 나갔지만 10년 만에 돌아온 그는 더 이상 풋내기가 아니었다. PGA투어 7승의 관록을 앞세워 장애물을 용케도 피해 나갔다. 우산대가 휘어질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도 ‘지키는 골프’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초반 보기 위기에서 5m가 넘는 거리의 파퍼팅을 쏙쏙 집어넣으면서 상승세를 탔다.

반면 어니 엘스(남아공)와 비제이 싱은 나란히 10오버파, 미켈슨도 9오버파로 컷 탈락의 위기에 몰렸다. 올해 PGA투어에서 2승을 거둔 앤서니 김(나이키골프)도 이날 마스터스 챔피언인 트레버 이멜만(남아공), 덴마크의 쇠렌 한센과 함께 브리티시 오픈 데뷔전을 치렀다. 비가 그친 오후에 출발한 그는 5번 홀까지 이븐파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미국 언론은 재미교포 앤서니 김(23)에 대한 특집 기사를 게재하며 기대를 내비쳤다. LA타임스는 마크 오메라(미국)의 말을 인용, “앤서니 김은 타이거 우즈 이후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라고 칭찬했고, 유에스에이 투데이도 “앤서니 김은 재능과 배짱의 결합체”라며 “그는 미래의 타이거 우즈의 경쟁자로 불리기에 손색없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PGA닷컴도 “올해 2승을 거둔 앤서니 김의 자신감은 브리티시 오픈에 첫 출전하는 경험 부족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밝혔다.

○…1995년 브리티시 오픈 챔피언 존 댈리(미국)가 대회 개막에 앞서 스윙 코치 부치 하먼(미국)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하먼은 지난 3월 “댈리는 골프보다 술을 마시는 데 더 관심이 많다”고 말한 뒤 댈리에게 결별을 선언했던 인물. 그러나 댈리는 이번 대회에서 필 미켈슨의 스윙 코치로 동행한 하먼을 싸잡아 비난했다. 댈리는 “하먼 때문에 스폰서의 초청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의 거짓말이 내 인생을 망쳐놨다”고 비난했다.  

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