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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古宮점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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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원(公園)은 도시의 허파와 같다.공원 녹지(綠地)는 오염된공기를 정화해주며 회색빛 도시생활을 푸르게 한다.세계 대도시엔유명한 공원들이 있다.뉴욕 센트럴 파크,런던 하이드.리젠트 파크,파리 불로뉴숲,빈 쇤브룬궁(宮),베를린 티 어가르텐,모스크바 고리키공원 등은 각 도시를 상징하는 존재다.
공원의 출발은 19세기 전반 유럽에서다.산업화로 인해 도시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열악(劣惡)한 환경에 살게 된 도시민들은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녹지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그들은왕.귀족들의 전유물(專有物)이었던 넓고 호화로 운 정원들을 시민에게 넘겨줄 것을 요구,공공(公共)의 소유로 만들었다.
1876년 개장(開場)한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도 당시의 시대적 산물이다.급속한 팽창이 가져올 도시의 황폐화를 우려한 시민들은 맨해튼 심장부 광활한 토지에 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원 만들기 범시민운동을 벌여 센트럴 파크를 탄생시켰다.
세개의 인공호수를 파고 동물원.노천극장.음악당을 만들어 공원건축기술의 완벽함을 과시한 센트럴 파크는 1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시공원의 한 전형(典型)이 되고 있다.
서울의 공원수준은 열악하다.1인당 공원면적에서 런던(27.2평방).뉴욕(14.5평방).파리(12.7평방)에 크게 뒤지는 9.5평방다.더욱이 이 속엔 북한.관악.도봉.수락.남산 등이 포함돼 있어 1인당 근린(近隣)공원면적은 1.79 평방에 불과,세계 최하위 수준이다.그나마 지역편중이 심하다.
공원부족 도시 서울에서 그래도 위안을 주는 것은 고궁(古宮)이다.고궁마저 없었다면 서울은 얼마나 삭막한 곳일까.5~6년전부터 도심 직장인들 사이에 새 풍속으로 등장한 것이 고궁점심이다.점심시간에 덕수궁.경복궁.창경궁.종묘에서 도시 락을 먹고 산책도 즐기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실속파들이 생겨난 것이다.
봄 꽃맞이 점심,여름 피서 점심,가을 단풍 점심이 인기다.연간이용객수만 20만명에 달한다.
문화재관리국은 다음달 1일부터 평일 점심시간 1시간동안 고궁을 직장인들에게 무료 개방한다.산뜻한 아이디어다.다만 입장객에게 사원증을 제시하거나 근무복을 착용하도록 한 것을 놓고 차별시비가 일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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