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보수논쟁을 보는 학자들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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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벌이는 보수논쟁을 학자들은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려대 김용기(金用基)교수는 「선거용」이라고 못박았다. 金교수는 『한국에 엄격한 의미의 보수정당은 없다.지역당.지방당 성향이 강할 뿐』이라고 말했다.보수나 혁신을 내세우려면 정강정책이나 정당체계들이 이념화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적 중산층을 잡는 것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생각에 선거전략으로 보수주의를 내세우고 있다』(孫浩哲서강대교수)고 해석했다.김진균(金晋均)서울대교수도『지금 논쟁은 단순히 정당들이 스스로를 치장하기 위한 논리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아직 한국에서는 진정한 보수정당이 세워지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하용출(河龍出)서울대교수는 『각당이 보수를 자처하는 것도 이데올로기 미분화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고 지적했다.河교수는 이렇게 이데올로기 분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냉전과 분단,그리고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의존성이 높아진 점등을 들었다. 孫교수는 『요즘 정당들이 얘기하는 보수는 다수가 바라는 안정을 포장한 것』이라고 말했다.『경제적 변화를 원치 않는사람들의 심리에 호소하는 선거전략』(姜聲鶴고려대교수)일뿐 이념적인 보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굳이 신한국당과 자민련 어느 쪽을 보수정당이라고 보느냐는 문제에서는 학자들의 성향에 따라 편차를 보였다.진보적 학자들은 신한국당을,보수적 입장에 선 학자들은 자민련을 보수정당이라고 말했다.보수주의에 대한 개념부터 차이를 보였기 때 문이다.
김진균교수는 『보수는 진정한 진보적 자유와 민주사회를 획득하고 난 뒤 이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라고 정의했다.
孫교수는 『굳이 정치이념으로 보수논쟁을 벌인다면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가 정말 보수』라고 말하기 까지 했다.
그러나 한승조(韓昇助)고려대 명예교수는 『신한국당은 보수정당이라고 할 수 없고,자민련이 보수정당에 가깝다』고 말했다.『보수주의는 기존질서의 상당부분을 수용해 좋은 것은 계승.발전시키고 일부를 고쳐나가는 것인데 신한국당은 이승만(李 承晩)정부이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특히 「제2의 건국」이라며 과거 근대화와 산업화의 정당성마저 부정하는 것은 혁명에가까운 개혁주의』라며 『반수를 넘는 중산층을 겨냥해 표를 달라고 보수라고 하나 실제로는 급진적인 것까지 포함해 행동은 지그재그』라고 비판했다.정치권의 보수논쟁은 학계에서마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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