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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과 핵 회담 국무부 차관 첫 파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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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란 핵 문제가 새 전기를 맞게 됐다. 미국이 이란과 회담에 처음으로 차관급 고위 관리를 파견키로 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19일 열리는 이란 핵 회담에 윌리엄 번스 국무부 차관을 보내기로 했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이 15일 보도했다. 이번 회담에는 이란 핵 협상 대표인 사에드 자릴리도 참석한다.

그간 미국은 이란이 먼저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지 않으면 어떤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이집트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마뉴셰르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을 만났지만 아무런 대화 없이 헤어졌다.

이란은 19일 회담에서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지난달 미국 등 5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제시한 인센티브 안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부 관리는 이와 관련, “번스 차관을 파견하는 것은 인센티브 안을 제시한 6개국의 단합을 과시하는 동시에 라이스 장관이 그 공동서한에 직접 사인했다는 사실(미국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일회성 행사로 “자릴리를 단독으로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어떤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번스 차관이 이를 재차 강조할 것이란 뜻이다.

그러나 외신들은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선 동결, 후 대화’ 정책을 바꾼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회담이 1979년 이란 혁명 이래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가장 의미 있는 외교 접촉”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이란 혁명 직후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유럽 관리들이 미국의 회담 참가를 환영했다”고 전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4일 TV에 출연해 “미국과의 양자 직접 회담이 곧 있을 것”이라며 “쌍방이 평등한 지위에서 대화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AP는 보도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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