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주제는 ‘파주출판도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완성된 도시가 아니라 비움의 가치를 구현하는 도시, 한국의 것과 세계의 것이 만나고 교차하는 현장,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파주출판도시를 주제로 구성됩니다.”

제11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의 한국관 커미셔너로 활동하는 승효상(56·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대표·사진)씨는 16일 이렇게 발표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브라질의 상파울루 비엔날레, 미국의 휘트니 비엔날레와 더불어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힌다. 건축전은 1980년부터 미술전과 분리돼 격년으로 열리고 있다.

올해 건축전은 ‘저기, 건설 너머 건축’이라는 주제로 9월 14일부터 11월 23일까지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에서 이어진다. 한국관 주제는 ‘컬처스케이프, 여기 파주출판도시’다.

파주출판도시는 80년대 말 추진되기 시작, 90년대 중반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다. 또 2000년대 들어 새로운 건축과 도시의 실험 무대로 부상했다.

승씨는 “우리네 신도시는 대개 자본가가 정치가와 손잡고 임기 내에 후딱 만들어버린다. 파주는 이와 달리 출판인과 건축가가 진득하게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어낸 공동 프로젝트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한 “파주출판도시의 160개 건물은 국내외 건축가들의 집단 창작물로 국내보다 국외에서 집중 조명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건축전이지만 건축 모형은 나오지 않는다. 관람객은 27개의 모니터로 출판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본 뒤, 책을 생산하는 도시라는 속성을 보여주는 수천 권의 책으로 만든 방을 지난다. 마지막 방에는 이 도시를 만든 공무원·건축가·출판업자들, 여기서 생계를 일구는 인쇄업자·제지업자·거주민 등의 목소리를 담았다.

승효상씨는 ‘빈자의 미학’이라는 건축철학으로 유명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뽑는 ‘올해의 작가’에 2002년 건축가로는 유일하게 선정된 바 있다.

글=권근영 기자, 사진=김정훈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