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스프린트 인수 협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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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미국 3대 이동통신업체의 하나인 스프린트넥스텔(이하 스프린트)과 손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CNBC방송은 15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SK텔레콤이 스프린트 인수 협상을 하는 중이며 가격 협상에 아직 들어가지 않아 타결까지 몇 주일은 걸릴 것 같다”고 보도했다. 최근 서비스 가입자가 줄어 어려움을 겪어온 스프린트 이사회는 회사를 팔자는 쪽과 실적이 곧 나아질 듯하니 팔지 말자는 쪽이 대립하고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CNBC는 “인수가 이뤄지면 한국 기업이 미국 회사를 사들인 기록 중에 가장 큰 규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다른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SK텔레콤이 스프린트를 인수하는 게 아니라 기술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두 회사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로운 휴대전화 및 서비스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초기 협의에 나섰다. SK텔레콤이 스프린트 지분 일부를 취득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명시적인 합병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스프린트 대변인은 “소문과 추측일 뿐”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SK텔레콤도 “미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강구하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코멘트 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SK텔레콤이 스프린트를 인수한다는 소문은 지난해에도 한 차례 나돌았다. SK텔레콤이 사모펀드인 프라비던스이쿼트파트너스와 함께 스프린트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상대가 거절했다는 내용이다. 당시에도 두 회사는 확인을 거부했다. 스프린트는 미국 3위 이통사업자로 55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근래 AT&T와 버라이즌의 공세에 밀려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어려움에 처했다.

증시 분석가들은 “두 회사가 물밑 협의를 하지만 타결이 임박한 건 아닌 것 같다”는 추측이 주류다. 양종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스프린트의 시가 총액이 SK텔레콤의 두 배 이상인 22조원임을 감안하면 지분 20%만 인수하려 해도 5조~6조원 정도가 든다. 전략적 제휴에서 지분 참여까지 다양한 논의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데이비드 바든 애널리스트는 “양사가 같은 CDMA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술적 어려움은 없겠지만 실익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창우·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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