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조지 샘눅 네트워크 어소시에이츠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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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2002년 6월'포브스'지에 실린 샘눅 회장 사진."짧은 기간 중 많은 문제점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 보안업체 네트워크 어소시에이츠(Network Associates.이하 NA)는 추락하고 있었다. 매출은 줄고 주가는 곤두박질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변칙회계 관련 조사를 받으며 기업의 신뢰도도 땅에 떨어졌다.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한꺼번에 물러나야 했다.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도 기업 자산 상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모든 것이 암울해 보였다.

하지만 NA는 이듬해인 2001년 7월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최고 성장 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네트워크 월드'지가 뽑은 네트워크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회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1년 새 매출은 3억달러 증가해 50% 가까이 늘고, 1억800여만달러의 적자에서 8000여만달러의 흑자를 남겼다. 주가도 여섯배나 올랐다. 이 드라마틱한 변화의 중심에 조지 샘눅 CEO 겸 회장이 있다. 샘눅 회장을 e-메일 인터뷰했다.

-기업 회생의 비결은?

"2000년 NA에 합류하면서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모든 것의 기본은 수익성이다▶성장 잠재력이 큰 미국시장 밖의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비즈니스는 고객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 세 가지를 차근차근 실천한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1년 56주 중 45주는 사무실에 있지 않고 고객과 총판사들을 만나기 위해 현장을 뛰었다. 임원진도 유능한 인물들로 대거 수혈했다.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뛰었다. 이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NA가 보안 선두업체로 자리잡는 데 큰 힘이 됐다. 이렇게 하다 보니 고객의 믿음을 다시 얻을 수 있었고, 매출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투자가들의 신뢰도 되돌아왔다."

(샘눅 회장은 취임하면서 회사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임직원들과 내기를 했다. 4달러선을 맴돌던 주가가 취임 1년 안에 20달러로 올라가면 턱 밑에 '염소수염'을 기르고 주가가 40달러로 올라가면 머리카락을 밀겠다는 내기였다. 주가가 60달러선을 돌파하면 한쪽 귀를 뚫겠다고 했다. 2001년 말 주가가 20달러선을 돌파하면서 염소 수염은 '현실화'됐다.)

-구체적으로 회사를 어떻게 개혁했나. 특히 신뢰 회복이 선결과제였을 텐데.

"SEC 조사 등으로 투명성을 의심받고 있던 NA에서 취임 후 가장 중요시한 부분은 총판사들과의 관계 재정립과 신뢰 회복이었다. 회사 매출의 80%를 이들 총판사가 담당하고 있었다.

취임하자마자 그동안의 영업량 할당 때문에 총판에 밀어내기식으로 영업하던 것을 금지시켰다. 총판사들에 비전을 제시하고 상호 간에 장기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서로의 신뢰가 회복되자 매출도 늘어났다."

-기술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역시 연구.개발(R&D)의 과감한 투자다. R&D는 맥아피 리서치 연구소와 맥아피 애버트 연구소, 두 곳으로 나눠 하고 있다. 맥아피 리서치는 미군과 미래 정보보안 기술에 관해 연구 협약을 맺은 민간 연구소 중 최대 규모다. 인도 벵골 지역과 영국 아일스버리, 미국 비버톤에 제품 개발 연구소를 따로 두고 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4600만달러를 R&D에 투자했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약 17% 수준이다. 신제품을 내기 전에 먼저 고객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치밀한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또 미군 등 정부 쪽 고객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에 맞춰 개발하다 보면 기업이나 소비자 고객에게도 먹힐 만한 혁신적인 제품이 많이 나온다."

-대학에서 미식축구 선수였다고 들었다. CEO로서 회사를 경영하는데 미식축구를 한 경험이 도움이 되나.

"미식축구는 ▶팀워크▶전략▶집중력이 삼위일체가 돼야 승리할 수 있는 스포츠다.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도 필요한 원칙들이다."

-나스닥에 거래되다가 2002년부터 뉴욕 증시로 옮겼다. 왜 옮기게 됐나.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NA의 재정상태가 완전히 정상화됐음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었다. 또한 뉴욕 증시의 뛰어난 유동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지속적인 투자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2002년과 2003년은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IT 경기의 침체기였다. NA는 어땠나.

"보안시장은 다른 IT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았다. NA는 이 침체기를 오히려 보안 전문업체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았다. 지난해 침입방지시스템(IPS)업체인 인트루버트 네트웍스와 엔터셉트 테크놀로지를 인수해 종합 보안서비스 업체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실적도 꾸준했다. 2002년엔 1억2000여만달러의 흑자, 2003년엔 7000여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순항 중이다."

-한국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은 NA의 '전략적 시장'이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인터넷 사용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신기술을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SQL슬래머웜'바이러스로 인해 터졌던 인터넷 대란으로 네트워크 보안에 대한 인식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3년 이내에 안티 바이러스 시장뿐 아니라 네트워크에 제3자가 침입하는 것을 막는 '침입 탐지시스템' 시장 쪽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세계의 유수 IT 기업들이 한국에 R&D센터를 짓고 있다. NA는 어떤가.

"NA의 아태지역 본부는 싱가포르에 있고, 인도에 엔지니어링 센터를 운영 중이다. 사업본부는 고객이 많은 곳에 만든다는 원칙이 있다. 당장은 한국에 R&D센터나 아태지역 본부를 만들 계획이 없지만 고객들의 요구가 있다면 신중히 고려하겠다."

-한국을 자주 방문한다고 들었다.

"CEO로서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고객을 직접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IBM에 근무할 때를 포함해 최근 7년 사이 여섯번 한국을 찾았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한국을 방문할 것이다."

-중국시장에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가트너 그룹에 따르면 중국 IT시장은 앞으로 3년간 연평균 20%의 성장을 기록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NA도 여기에 맞춰 중국 지사의 인원을 계속 확장 중이며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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