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언제 얼마나 줬는지 기억 안난다-全씨 재판 지상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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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6일 열린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 비자금 사건 첫 공판에서는 검찰의 뇌물성 추궁에 全씨는 『돈은 받았지만 정치자금이었다』고 일관되게 답변하는등 양측간에 팽팽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공판에는 全씨를 비롯한 안현태(安賢泰)전경호실장및 성용욱(成鎔旭)전국세청장.안무혁(安武赫)전안기부장.사공일(司空壹)전청와대 경제수석.정호용(鄭鎬溶)전국방장관등 5명에 대한 검찰신문이 차례로 이어졌다.
특히 검찰신문에 앞서 全씨 변호인 전상석(全尙錫)변호사의 「의견진술」이 있었다.
다음은 검찰의 직접신문과 全씨등의 답변및 변호인의 의견진술 내용. ▶全변호사=뇌물죄의 특성상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특정한 직무와 관련돼 있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대법원의 판례에 비춰봐도 사실 인식이 불가능한 공소사실이 제시된다면 이같은 공소는 기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공 소장에는 대통령의 직무사실과 성격 자체에 대해서만 언급이 돼 있을뿐뇌물이 전달되게 된 구체적인 직무의 관련성 여부가 거의 적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이 직무관련성의 구체적인 사례로 리비아 대수로공사,대한항공기의 추락사고,골프장 인.허가 등을 간단하게 기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적시로서도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직무관련성이특정됐다고 할 수 없습니다.적성국가라고 할 리비아 대수로공사가어떻게 대한민국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보다 구체적 적시가 있어야지 어린이들 말로 그야말로 웃기는 얘기입니다.
피고인에게 돈을 준 기업들도 앞으로 법정에 나와 진술하겠지만모두가 정치헌금내지 성금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피고인의 이익과 국익에 비춰봐도 정치자금부분을 수사선상에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정당정치의 현실상 정치자금 의 수수는 관행일수 밖에 없습니다.
검찰은 특히 그동안 합법.비합법적 방법을 모두 동원,피고인의비자금을 캐고 있습니다.검찰의 수사초점이 피고인을 파렴치범으로몰아 도덕적으로 매도하려는 정치권의 풍향에 영합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全피고인에 대한 오전 검찰 직접신문(김성호 서울지검 특수3부장) -대통령의 지위와 책무에 대해 말해 보십시오.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지의 증진에 노력해야 할 직책 수행을 위하여 충정을 다해 노력을 다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국가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위한 국정수행 과정에서 기업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까.
『대통령은 국정 전반을 총괄하고 국정의 기본방향을 결정하기는하지만 구체적인 기업활동은 행정부처의 소관사항으로 주무부서장의책임입니다.따라서 대통령은 개별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직접은 아니지만 경제정책을 수립하면서 도시.주택.군사시설.도로.항만 등에 대한 대형건설과 국토의 균형개발에 관한정책.산업구조조정.금융.조세에 관한 정책 등에 대해 관계부처를감독지시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대형 국책사업과 금융지원 등과 관련해 해당관청의 장에 대한 임명권과 감독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만큼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요.
『국책사업에 대한 사업자 선정과정,금융.세제지원,세무사찰 등은 주무부서의 주관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대통령이 단독결정할 수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단독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주무부서에 대해서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그러나 본인은 경제분야에 대해서는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무장관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존중하고 지지했습니다.
재임기간중 특정기업에 특혜를 준 일은 없습니다.』 -지금 특혜를 물어본 것이 아닙니다.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있지요. 『돈을 받기는 했으나 정치헌금으로 받은 것입니다.』 -재임중인 80년 11월부터 87년 12월 사이 현대.삼성.동아그룹등으로부터 총 2천2백59억5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지요.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은 있습니다.그러나 누가,언제,얼마의 돈을 건네줬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80년부터라고 하셨는데 대통령에 취임한 80년에는 일체의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습니다.80년에도 여러 기업체에서 많은 정치자금을 가져오기 는 했으나 모두 돌려보냈습니다.그러자 기업들 사이에 본인이 좋아하는 기업만 키워주고 나머지는 죽이려 한다는 소문이 나고 이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가 저하되는 등 경제가 침체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그래서 경제수석 등을 통해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현재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치자금을 받지 않는 것이지 결코 특정기업을 키우려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으며 현재 경제가 어려우니 돈을 가져오지 말라고 한 일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뇌물수수 부분에 대해 신문하겠습니다.현대 정주영(鄭周永)회장으로부터 82년 12월 청와대에서 10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87년 12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2백20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지요.
『鄭회장으로부터 재임 동안 돈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정확한 액수등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또 공소사실 가운데 인근 안가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돼있는데 재임중 기업인을 안가에서 만난 사실은 없으며 대부분 청와대 집무실과 서재 등에서 받았습니다.』 -총 2백20억원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주로 연말.추석등 명절에 받은 것으로 돼있는데.
『주로 추석과 연말에 받거나 총선과 대선자금으로 받았습니다.
』 -명절에 주기는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잘봐달라는 취지가있는 것 아닙니까.
『그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치자금이 필요해 받은 것일 뿐입니다.鄭회장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인물입니다.그런 분이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을 내면서 잘봐달라고 청탁했겠습니까.鄭회장은 조건을 걸고 돈을 내는 그런 무능한 기업인이 아닙니다.』 -그런 뜻이 있을수도 있다는 것은 결국 鄭회장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본인이 그사람의 속까지 들여다볼 수 없는 만큼 모르겠습니다.』(방청석 웃음) -삼성그룹 이병철(李秉喆)회장으로부터 지난83년12월 청와대에서 10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87년10월까지 8차례에 걸쳐 2백20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지요.
『정치자금을 받았습니다.그러나 액수나 시기 등은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李회장의 경우 연세도 아버지와 같은 연배인데다 대단히 자존심이 강한 분이어서 재임동안 몇번 만나지도 못했습니다.李회장은 사실 만나기 힘든 분입니다.그래서 8차 례나 만났다는 것도 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그러나 어쨌든 만나서 돈을 받은 사실은 있습니다.』 -동아그룹 최원석(崔元碩)회장으로부터지난 84년 12월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50억원을 받은 것을비롯해 87년9월까지 4차례에 걸쳐 1백80억원을 받은 사실이있지요. ***84,85년 총선대비 돈받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84,85년의 경우는 총선을 대비해 받은 것입니다.그러나안가에서 받은 사실은 없고 아마 상춘재에서 받은 것을 崔회장이착각하는것 같습니다.』 -85년12월 안가에서(崔회장이 안가라고 했습니다)崔회장으로부터 50억원을 받으면서 제1차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수주했다는 내용의 말을 들은 일이 있지요.
『경제수석으로부터 동아그룹이 리비아에서 어려운 공사를 수주해장하다는 보고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이때 崔회장이 2차 대수로공사에 우리나라 경쟁사들이 참여하려 하니 이를 막아달라는부탁도 함께 하지 않았습니까.
『崔회장은 당시 젊은 기업인으로 비교적 똑똑하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런 崔회장이 무례하게 대통령에게 그같은 부탁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진그룹 조중훈(趙重勳창동 1천1백만평토지에 대해 환경청에서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한다며 정부에서 모두 매입하려하니 좀 막아달라고 했다는데.
『모르겠습니다.』 -당시 환경청에서 여러기관에 압력을 넣고 있는데 너무 심하지 않느냐며 그 가운데 절반만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하도록 해달라고 해 결국 6백만평만 매각할 수 있었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한진그룹 조중훈(趙重勳)회장으로부터 지난 80년11월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10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87년까지 5차례에 걸쳐 1백60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지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돈을 받은 일은 있습니다.』-80년11월 청와대 안가에서 한진그룹 趙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당시 김포공항에서 KE-015 여객기 추락을 해명하면서사회에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죄송하다며 앞으로 이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는데.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당시 비행기 추락이 문제가 있다면 관련 법규에 따라 처리될 사안이지 대통령에게 부탁한다고 될 성질의 일은 아닙니다.』 -83년10월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趙회장으로부터 소련 영공에서 발생한 KE-007여객기 격추사고에 대한 해명과 함께 30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지요.
『돈을 냈다면 받았을 것이지만 당시 소련전투기에 의해 격추돼국민들이 분노와 흥분에 가득 차있고 우방들도 소련의 만행을 규탄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으며 정부도 피해자 등에 대한 사후대책에 급급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그런데 소련전투기의 잘못으로 우리 여객기가 격추됐는데 그같은 이유로 돈을 받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趙회장 진술에 따르면 당시 피고인은 이번 사고로 한.소간의 분쟁이 우려된다면서 앞으로 잘하라고 말했다는데.
『趙회장에게 그같은 말을 한 사실이 없고 그 부분에 대한 보고만 받았을 뿐입니다.』 -대우 김우중(金宇中)회장으로부터 82년 12월 20억원 등 6차례에 걸쳐 1백50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정치자금으로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한일 김중원(金重源)회장으로부터 83년 7월 50억원 등 세차례에 걸쳐 1백50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정치자금으로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金회장 진술에 의하면 84년 6월 상속재산 분배문제로 동생과 다툼이 있을 때 金회장을 청와대 부근 안가로 불러 金회장 동생인 金준명씨가 김복동(金復東)의원의 사위라는 얘기를 하면서 더이상 한일그룹이 재산상속 문제로 휘말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돈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兄弟간 분쟁땐 불러 주의 『金회장을 청와대에서 만난 사실은 확실히 기억합니다.비단 한일그룹뿐 아니고 창업주가 돌아가시면 가족간 분쟁이 있어왔는데 한일그룹도 상속을 둘러싸고 형제간에 분쟁이 심하다는 정보보고를 받은 사실이 있었습니다.그래서金회장을 불러 「 자꾸 싸우면 되느냐」며 주의도 주고 격려도 한 적이 있습니다.그때는 분명히 기억하는데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金회장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재산문제로 심기를 어지럽혔을까봐 이를 해명하고 분명히 당시 돈을 주었다고 돼 있는데. 『돈을 받았다면 아마 총선자금으로 받았을 겁니다.』 -미원 林창욱회장으로부터 1회 70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林회장 진술에 의하면 86년 12월께 미원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이를 빨리 종결시켜 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을 주었다고 하는데요.
『그런 사실 없습니다.』 -林회장 진술에 의하면 돈을 주니까잘해보라는 격려까지 했고 독대후 세무요원들이 철수했다고 하는데. 『지금 이 자리에 당시 국세청장을 하던 분이 계실테니까 그분한테 물어보면 잘 알것이지만 그런 사실 전혀 없습니다.』 -안무혁당시 국세청장의 진술에 의하면 세금추징액을 4백억원과 2백억원의 두가지 안으로 건의했는데 피고인이 2백억원으로 하라고하면서 「미원은 민족기업이니 국세청이 제반 사정을 참작해 세무조사에 임하라」는 친필까지 내려보냈다는데.
『그런 보고를 받아 2백억원으로 하라고 한 것은 사실인데 친필을 보낸 것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쌍용 김석원(金錫元)회장으로부터 4차례 60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정치자금으로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84년 10월 쌍용이 추진중인 용평 골프장 내인가와 관련,부탁을 받은 사실이 있나요. 『기억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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