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릴미 VS 시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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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살인·유괴·간통…. ‘19세 이하 관람 금지’ 딱지라도 붙어야 할 것 같은 ‘독한’ 뮤지컬 두 편이 더위 먹은 공연가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객석점유율 94%, 80%를 각각 기록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보장 받은 ‘쓰릴미’와 ‘시카고’가 그것. 인간 내면의 내밀한 이야기로 다소 충격적인 소재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데 성공한 작품들이다.


  동성애와 살인을 앞세운 쓰릴미는 지난해 3월 국내 초연 당시 객석과 평단으로부터 ‘참신한 발상의 전환’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1924년 미국 전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전대미문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 니체의 초인론에 심취한 법대 졸업생 네이슨과 그의 동성 연인 리차드의 극단적인 범죄 행각이 주된 내용이다. 이 사건은 창작자들의 상상력과 합쳐져 그동안 영화·연극·뮤지컬 등 여러 장르로 변주됐다.
  뮤지컬 쓰릴미는 끔찍한 실제 사건보다는 두 남자의 관계에 집중한다. 원작에서 사용된 실존 인물의 이름 대신 ‘그’와 ‘나’라는 불특정 인물을 내세워 둘 관계의 본질적인 문제에 심도 있게 접근한다. 배경이 되는 시공간을 모호하게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나’의 일곱 번째 가석방 심의 장면으로 막이 오르면 긴박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34년 전 ‘그’와의 재회로 이야기는 거슬러간다. ‘그’를 원하는 ‘나’와 그런 ‘나’를 이용해 더 큰 자극을 얻으려는 ‘그’와의 심리전이 팽팽하게 이어진다. 유괴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에 이르기까지 좀처럼 멈추지 않을 것 같은 긴장감이 객석을 압도한다. 치밀하고 탄탄한 심리묘사가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는 90분간의 무대를 꽉 채운다. ‘누가 누구를 조종했는가?’라는 카피처럼 마지막 반전이 주는 여운이 깊다.
  두 배우 외에 무대의 정중앙 뒤편에 자리한 피아노는 이 공연의 제3 배우로 꼽을 만하다. 공연 내내 끊이지 않고 배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극 흐름의 완급을 조절한다.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류정한이 초연에 이어 ‘나’로 다시 무대에 선다. 2007년 더뮤지컬어워어즈 남우신인상을 받은 김우형, 신인답지 않은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창용이 이번 공연에서 ‘나’로 가세한다. 초연 당시 ‘그’로 열연했던 김무열, ‘뷰티풀 게임’ ‘햄릿’ 등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연기 비중을 높인 김동호가 ‘그’를 맡는다. 10월 12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 3만5000~4만5000원. 문의 02-744-4334


  최정원·김지현·배해선·옥주현·남경주·성기윤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시카고는 1920년대 재즈선율과 갱 문화가 발달했던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다. 기자이자 극작가였던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쿡 카운티의 공판에서 영감을 얻어 쓴 연극이 원작이다.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 겸 연출가인 밥 파시의 손을 거쳐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스타가 되길 꿈꾸는 벨마와 록시, 이들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는 교도소 간수 마마와 변호사 빌리를 중심으로 상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표면적인 이야기와 달리 작품은 강한 사회 비판의식을 담는다.
  선정적이고 통속적인 저널리즘, 미 형법 제도, 남성 중심의 도덕관과 황금 만능주의, 진실보다는 포장을 중시하는 외형주의 등이 그 대상이다.
  시카고는 이야기 전개보다 표현 방식을 부각시키는 콘셉트 형식의 뮤지컬이다. 등장인물이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건네고 무대의 정중앙을 차지한 뮤지컬 밴드의 지휘자가 배우들과 익살맞은 대사를 주고 받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막간에 선보이는 밴드의 애드리브 연주, 검은색의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의상과 관능적인 춤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농염한 재즈선율도 놓칠 수 없다.
  일본극단 시키의 수석 배우로 활동한 김지현이 최정원과 함께 벨마로 더블 캐스팅됐다. 배해선과 옥주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록시 역에 나란히 출연한다. ‘사랑’을 노래하지만 정작 ‘돈’에만 관심을 가진 빌리 역은 남경주·성기윤이, 록시만 바라보는 순수한 아모스 역은 황만익이 맡았다. 8월 3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4만~12만원. 문의 02-577-1987

뮤지컬 ‘시카고’초대합니다
초대 내용 : 7월 29일 오후 8시 10명
응모 마감 : 7월 22일까지
중앙일보 프리미엄 홈페이지에서 응모하면 됩니다. 당첨자는 온라인에 공지하고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개별 통보합니다. 문의1588-3600(내선 4번) www.jjlife.com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사진제공= 뮤지컬해븐·신시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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