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유네스코 세계 문화·자연유산 되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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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World Heritage)이란=인류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유네스코가 1972년 채택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 협약’에 따라 지정된 유산을 말한다. 협약 가입국의 신청에 따라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를 엄격히 고증해 매년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심의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을 비롯한 21개 위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유산을 등재하는 것은 1960년 이집트의 아스완하이 댐 건설로 물에 잠길 위기에 놓인 누비아 유적지를 국제적으로 보호하자는 운동에서 태동했다. 허권 유네스코 미지센터 소장은 “전쟁과 자연재해,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돼 가는 문화유산을 국제협약에 따라 보호하고 원형대로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게 취지”라고 말했다.


◇문화·자연유산 878건 지정돼=세계유산은 문화유산·자연유산·복합유산으로 나뉜다. 문화유산은 문명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건축물·고고유적지 등 679건, 자연유산은 자연경관이 빼어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서식지 등 174건이 지정돼 있다.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성격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으로 25건에 달한다.

유네스코는 올해 ▶중국 푸젠성 전통 토담 가옥인 투러우 ▶18∼19세기 탈주 노예들이 피신했던 아프리카 모리셔스의 노예 은신처 ▶크로아티아의 스타리 그라드 평야 ▶이스라엘의 성지 바하이 ▶이란의 아르메니아 수도원 등 19건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이와 함께 ▶캐나다의 조긴스 화석 절벽 ▶중국 싼칭산 국립공원 등 8건을 세계자연유산 명단에 올렸다.

유네스코는 별도로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을 정해 지원하기도 한다. 올해도 페루의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 북아프리카 말리의 팀북투 등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추진하다 모니터링을 강화키로 최종 결정했다. 위험유산으로 분류된 후에도 개선 노력이 보이지 않거나 보존상태가 나쁘면 등록을 취소한다.

◇매년 6월 최종 심사=해당국이 세계유산 후보 등록을 신청하면 유네스코가 여러 차례의 현지 조사 후 매년 6월 열리는 총회에서 최종 심사한다. 매년 45건씩 심사하지만 실제 등재되는 것은 20∼30건뿐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유네스코는 전문가를 파견해 복원을 도와주고, 세계유산기금도 지원해 준다. 대신 세계유산 보유국은 6년마다 한 번씩 현황을 조사해 보고해야 한다.

허 소장은 “중국은 세계유산 등재 잠정 목록에 80∼90개를 올려 놓고 있다”며 “이탈리아·멕시코·프랑스·독일 등도 자국 문화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고 말했다.

동국대 지리교육과 이혜은 교수는 “세계유산에 지정되면 문화재의 경제·사회·문화적 가치가 높아진다”며 “세계유산 보유국은 국가 이미지가 격상될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몰려 들어 산업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 왕릉 등재 신청=우리나라는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석굴암·불국사,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등 7건의 문화유산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정부는 내년 총회에서 조선 왕릉을 문화유산으로, 남해안 공룡 화석지를 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올 1월 신청서를 냈다. 경북 지역의 전통 민속마을인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추진 중이다.

이혜은 교수는 “한국이라는 국가적 차원을 넘어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문화유산을 훼손하지 않고 잘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고 제안했다.

박길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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