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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교육의 성패, 16인에 달려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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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교육감 선거에서의 투표율 저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선거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일단 홍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 주민은 교육감 선출이 직선제로 변화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며 후보들에 대한 정보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일부는 학부모가 아니라는 이유로 투표할 필요조차 못 느끼고 있다. 지방선거일에 선출하지 왜 별도로 그것도 평일을 투표일로 잡아 사람을 고생시키느냐는 의견도 있다. 이들 모두 교육감 선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종전 교육감들은 교원·학부모들로만 구성된 학교운영위원들에 의한 간선으로 선출됐다. 주민교육자치가 아니라 학부모·교원자치로만 운영해온 것이다. 그 때문에 교육자치는 교육계만의 자치이며 주민 대표성이 없는 자치로 비판받았다. 나아가 간선제에 의한 다양한 비리 유발 및 부정선거 시비로 교육계 전체가 복마전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교육계 안팎에서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았고 2006년 결국 직선제로의 대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교육자치가 시작된 이래 15년 만의 일이다.

첫 직선은 2007년 부산에서 치러졌으며, 이후 5개 시·도에서 교육감 선거가 있었지만 모두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투표율 저조는 직선제 전환과정에서 발생한 과도기적 현상이다. 2010년부터는 지자체 단체장들과 동시에 선출하게 돼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비효용성 문제 제기는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교육감은 직선으로 선출해야 할 만큼 매우 중요한 직책이다. 이들은 1만9418개의 유치원과 초·중·고교뿐만 아니라 6만7649개의 사설학원, 4261개의 사설독서실 등 많은 기관을 관장·통제하는 교육계의 수장들이다.

교육감들은 초·중등 교육에 관한 한 거의 전권을 갖고 있다. 고교평준화 정책 도입·해제 결정권, 특목고 설립권, 각급학교 설립·폐교권, 학생배정권 등이 모두 교육감 소관이다. 0교시 수업·보충수업·우열반 편성 등도 교육감 동의 없이는 할 수 없다. 약 33만 명의 국·공립 교원의 인사권과 16개 시·도교육청과 180개 지역교육청 및 200여 개 직속기관에 근무하는 약 3만 명의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 역시 그들에게 있다. 교육예산 중 87%인 약 26조원은 교육감 책임하에 지출된다. 한국 교육의 성패가 16인의 시·도교육감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학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책임 있는 시민의 자세가 아니다. 교육감의 권한은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주민들이 자주 애용하는 학교운동장 등 학교시설의 개방 여부, 주민들이 이용하는 도서관 등 다양한 평생교육기관들의 설치 여부 등도 교육감 손에 달려 있다. 대학생이나 회사원이 다니는 사설학원의 지도·감독권 및 수강시간과 수강료 결정권, 학교 주변 환경정화구역에서의 시설 설치와 영업행위 제한권도 실제 교육감에게 있다. 그러니 학부모가 아니라는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실제 자신들의 권리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교육감은 시·도지사보다 더 많은 권한을 쥐고 있다. 일반자치의 경우 광역자치와 기초자치를 병행하고 있어 시·도지사와 시·군·구청장이 지방자치 권한을 서로 나누어 갖고 있기 때문에 시·도지사의 권한이 상당히 분산돼 있다. 그러나 교육자치의 경우 기초단위 교육자치의 미도입으로 교육감이 관할 시·도의 교육에 대한 전권을 갖는다. 지역교육청의 교육장들은 교육감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하급 집행기관으로 교육감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야 한다.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교육감을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면 한국 교육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감 선출을 남의 일로만 여기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더 이상 한국 교육을 말할 자격을 얻기 어려울지 모른다.

김흥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분권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