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변혁의물결>5.끝.우리의 경영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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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완화는 기업의 건전경영을 전제로 하고 있다.그러나 기업의 자율경영에 확신을 가지지 못해 규제완화가 엉거주춤한 상태다.
이 불신은 무엇보다도 국내기업의 경영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연유한다.회계감사가 객관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소액주주.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권익이 경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기업내부의 경영규율체제가 발달돼 있는 것도 아니다.
소유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오너가 이사와 감사의 선임권을 행사하고있어 그들로부터 제대로 된 경영감시기능 수행을 기대하기 힘들다.또 기업인수시장에 의한 경영규율도 여의치않다.
이러한 한국적 한계는 공정거래의 강화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것들이다.그래서 「항시적」으로 경영감시가 가능하도록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맑고 효율적인 경영을 이끌어 내는 감시체제」다.그렇게 해야 이제까지 정부의 눈치를 보던 기업들이 시장과 주주들을 모시는 기업으로 새로이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선진국의 경험과 국내전문가들의 연구결과들을 정리해보자.우선기업내부에서는 오너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소액주주의권익을 보호하고▶이사회.감사의 독립성과 기능을 강화하며,외부에서의 경영규율을 위해서는▶기업인수시장을 활성화하 고▶투자자로서금융기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등이다.
제시된 방안들은 나름대로 건전경영에 도움이 된다.그러나 「건전성」이 강조된 나머지 기업의 생명인 「효율성」을 희생시키면 곤란하다.
이와 관련해 일본조차 우리를 부러워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있다.오너체제이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따라서 지금으로서는 「황금알을 낳고 있는」 오너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경영규율이 가능한 방법 을 찾아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제도도입이 점진적이어야 하고 그것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어야 한다.현재는 기업인수시장이 활성화돼도 개별기업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기업인수시장에 의한 경영감시가 효능을 발휘하기 힘들게 돼 있다.이사회와 경영진이 구분되지 않은 채 최고경영자가 사외이사를 임면하는 상황에서는 사외이사가 제 기능을 하기 힘들다.따라서 경영체제의 개선은 점진적으로 그러나 「전반적」으로 추진돼야 제대로 된다.
기업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답이 이미 나와 있는데다 『정부가 나서 기업경영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압력이 날로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결국 기업에 주어진 것은 「스스로 변신을 서두를 것이냐」 아니면 「법제화로 변신을 강제당할 것이냐」간의 어려운 선택이다.물론 그 선택은 기업의 몫이다.
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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