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칼럼>개방시대 한국농구의 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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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미국프로농구(NBA)가 우리 안방까지 파고들고 있다.이제 마이클 조던.섀킬 오닐.찰스 바클리.아킴 올라주원이니 하는 명 플레이어들의 이름이 낯설지 않을 만큼 익숙해졌고 그 다이내믹한농구 본고장의 진면목이 손에 잡힐듯 다가오고 있 다.
더구나 스포츠문화의 침투력과 파급효과로 미루어 볼때 NBA는이미 우리 농구팬들에게 화려한 에너지의 폭발과 섬세한 테크닉의조화를 선보임으로써 놀라운 파괴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농구의 눈높이로 바라보는 NBA의 실체는 태산준령과 같아 현기증이 나는데다 금강역사같은 우람한 몸집과 날렵한 동작의연출은 사람들을 압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NBA는 이제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인기 스포츠 이벤트로 각광받고 있다.지난 2월12일 샌안토니오의 알라모 돔에서 열린 NBA 95~96 올스타대회는 1백48개국에 TV로 방영됐고 일본.영국.멕시코.인도네시아.중국등은 직접 현지중 계하는 열의를 보임으로써 NBA의 위세를 과시했다.
야구의 베이브 루스로부터 시작된 미국스포츠 영광의 역사는 풋볼.아이스하키.농구분야에서 한시대를 풍미한 기라성같은 대 선수들의 출현으로 스포츠를 생산기업화하는데 성공했으며 억만장자를 양산하는 황금어장으로 면모를 일신했다.
70년대 전반까지 심각한 스타 불모로 허덕이던 농구는 카림 압둘 자바.윌트 체임벌린.매직 존슨등 슈퍼스타의 탄생과 TV화면을 꽉 채운 역동적인 덩크슛의 개발,스피디한 게임 운영이 괄목할만한 쇼맨십과 상승작용을 일으킴으로써 야구를 앞지르는 톱 스포츠 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더구나 신기에 가까운 조던의 출현은 20년대 루스에 의한 야구 혁명 못지않게 80년대 프로농구의 위치를 청동의 반석위에 올려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조던은 연간 4천만달러의 수입을 향유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으로 자리를 굳혔으며 오닐은 5년 계약으로 최초로 1억달러시대를 선도할 전망이어서 프로농구 오늘의 실상을 그대로 대변하고있다. 초인적인 체공시간으로 신기를 보이며 「에어 조던」이란별명까지 얻은 슈퍼스타 조던의 등장은 농구 그 자체를 환골탈태하게 한 전기가 됐다.프리스로 라인에서 링의 높이인 350㎝를점프한채 그는 실로 460㎝를 날아가 통쾌한 덩크슛을 꽂고 있다.그러니까 198㎝인 조던은 150㎝의 서전트 점프라는 놀라운 탄력을 보여준 셈이다.
더욱이 그는 단순히 나는 것이 아니라 2이상의 장신선수들의 수비벽을 헤집고 때로는 공중에서 페인트를 거는 더블 클러치와 트리플 클러치에서의 슛까지 구사하는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조던의 이러한 「신의손」이 팬들을 사로잡는 마력으로 이어지는 것은당연하다.
겨울스포츠로 정착하고 오빠부대의 광적인 열정으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농구의 프로화가 추진되고 있는 시점이다.작지만 재치와 다부진 몸짓으로 새 경지를 열어가고 있는 농구계로서는 NBA부침의 역사는 하나의 교본이기도 하 다.
170㎝의 스퍼트 웹(새크라멘토 킹스)은 86년 올스타 덩크콘테스트에서 우승했으며 160㎝로 NBA최단신인 타이론 보그스는 어시스트 부문 베스트 5에 랭크됐다.
한국농구가 신장의 열세라는 이유만으로는 자기변호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세계는 개방의 시대로 질주하고 있으며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NBA의 아시아지역 마케팅이 금년안으로 본격화한다는얘기와 함께 우리농구가 새로운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팬들의 농구 안목이 부쩍 향상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KOC위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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