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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국제고 ‘Triple C’ 음악봉사

중앙일보

입력


  “이 나라의 대통령은 몰라라 하는데 어린 학생들이 이렇게 우리를 신경써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일본군 위안부할머니 생활시설인 ‘나눔의 집’의 강모(81)씨가 눈물이 글썽한 채로 학생들을 연신 칭찬했다.
  청심국제고의 봉사연주회모임 ‘Triple C(Cheongshim Charity Concert)’는 지난해 이곳에 공연수익금 일부를 기부했다. 후원사 없이 연주회를 열어 모은 티켓 수익금을 내놓은 것이었다.
  회장 김우진(2년·아래 사진)군은 “주위에선 후원사를 구하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자원 봉사 본뜻에 어긋나 순수 수익금만으로 기부금을 충당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올해도 다음달 1일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자선연주회를 연다. 회원들은 기획·섭외·재정·홍보 등 공연에 필요한 분야를 나눠 모두 스스로 해결한다. 지난해 첫 공연이 끝나자마자 2회 연주회 준비에 들어가 올해 행사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지도를 맡은 남미화(26·음악) 교사는 “학생들이 처음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말리고 싶었다”며 “후원사도 구하지 않았고, 장소마저 학생들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고 해 학업에 지장을 주지않을까 걱정했다”고 회고했다. 학생들의 이런 노력 뒤엔 나름의 자각이 있었다. 지금껏 공부만 하느라 주위를 살피지 못했는데, 알고보니 자신들은 특별한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었단다. 세상엔 자신보다 그늘진 곳에 사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김군은 “지난해 초 캄보디아·네팔 체험학습에서 현지인들의 끔찍한 생활수준을 목격했어요. 그 때 제가 얼마나 행복한 환경에서 공부만 했는지 알게 됐죠”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이 학교의 1인 1악기 마스터 교칙에 따라 악기 연습 중 서로를 알게됐다. ‘같은 생각’을 가진 영국 왕립음악원 급수시험 합격자, 세계 예능대회 수상자 등 악기 고수들이 동참했다.
  연주 실력은 아마추어 고교생 수준을 뛰어 넘는다. 첫 공연에서 보란 듯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티켓 수익금이 15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는 걱정이 크다.
  재정분야 담당자인 김수빈(3년)양은 “행사 모금 목표액을 2000만원으로 잡았는데…. 행사일 15일 전인데, 티켓 판매가 부진해 15%정도밖에 채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연주 실력이 알려진 상태라 당일 많은 관객이 올 거라고 기대해보기도 하지만 내심 불안하다. 주위 친구들도 “올해는 연습을 더 많이 한 탓인지 연주가 많이 좋아졌다”며 격려했다.
  지난달 28일 고교 봉사연합 동아리 HiVA(Highschool Volunteer Association)는 대원·한영외고·청심국제고·중국 곤명국제학교·싱가포르 Overseas Family School 학생 등 150여명이 참여한 위안부 할머니 자선모금행사를 열었다. 광복절 즈음해 열릴 모금 행사의 사전행사다.
  참여했던 맹경선(수원 화홍고 2년)양은 “위안부 할머니들 얘기가 단순한 역사일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며 “머릿속이 아닌 손과 발로 하는 봉사의 소중함을 가슴 절절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광복절 행사에 나눔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일본 고교생도 초청하기로 했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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