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의사 차별 사과” 미국 의학협회 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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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의사들이 중심인 미국의학협회(AMA)가 10일 흑인 의사들을 차별한 데 대해 사과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AMA는 “우리는 흑인 의사들을 인종적으로 불평등하게 대했던 과거 역사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MA는 소수계 의사들과의 관계를 개선할 것이며, 그들의 회원 가입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소수계 의사들의 훈련을 돕고, 그들이 필요한 걸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AMA가 갑작스럽게 공식 사과를 한 것은 의학분야에서 인종차별에 따른 치료 불평등과 부작용에 대한 연구 조사결과가 16일 협회 저널에 발표되기 때문이다.  

AMA는 아주 배타적인 조직이다. 1847년 백인 의사들로 창립된 AMA는 흑인 의사들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1964년 인종차별을 철폐하는 민권법이 의회에서 제정됐는데도 AMA는 소수인종에 문호를 개방하는 데 매우 인색했다. 현재 25만여 명의 AMA 회원 중 흑인 의사 비율은 2%도 안 된다.

AMA는 흑인 등 소수계가 회원이 될 수 없다는 걸 회원 규약 등에 명문화하진 않았다. 하지만 유색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불문율로 삼았다. 54년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흑인 의사단체의 회원 가입을 거부했고, 60년대 초 인종차별 철폐 민권운동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AMA의 흑인 차별은 흑인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흑인이 백인과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같은 규모의 돈을 벌며, 같은 의료보험에 들었다 하더라도 아플 땐 (의사의 차별 때문에)백인만큼 치료받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여럿 있다”고 보도했다.

흑인 의사단체인 전미의학연합(NMA)의 넬슨 애덤스 회장은 로이터 등과의 인터뷰에서 “흑인은 백인에 비해 암에 걸릴 확률이 25%, 심장발작을 일으킬 확률이 40%,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50% 정도 높다”고 밝혔다. NMA는 1895년 흑인 의사들이 AMA에 대항해 만든 단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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