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약진한 경차 후진한 SUV 독주한 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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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현대 쏘나타, 혼다 어코드, 대우 젠트라. 올 상반기 자동차 판매실적을 집계한 결과 내수 국내차와 수입차, 수출 부문에서 각각 1위에 오른 모델들이다. 신차 출시와 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시장이 빠르게 바뀌면서 잘 팔린 차종의 면면도 지난해와는 확 달라졌다. 부문별 ‘베스트 10’ 모델을 통해 상반기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살펴봤다.

◇국내차, 경차 대박=올 상반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쏘나타. 엔진과 인테리어를 바꾸고 지난해 11월 출시된 쏘나타 트랜스폼은 8개월 연속 1만 대 이상 팔려, 아반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가장 화제를 낳은 모델은 3위에 오른 모닝이다. 1월 초 경차 배기량 기준이 1000cc로 확대됨과 동시에 기아차는 ‘뉴 모닝’을 선보였다. 이때 밝힌 올해 판매목표는 5만 대. 하지만 이미 상반기에만 4만7000대가 넘게 팔렸다. 대기 물량이 너무 많아 중고차가 신차보다 비싼 희귀한 현상을 낳기도 했다. 또 다른 경차 마티즈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더 많이 팔렸다는 점이다. 순위는 지난해와 같은 5위다. GM대우 관계자는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연비 좋은 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27.6%) 이후 10년 만에 경차 판매 비중이 15.2%로 껑충 뛰었다.

반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판매가 늘어난 모델은 싼타페 하나뿐, 나머지 차종은 두 자릿수의 감소폭을 보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7위와 10위에 올랐던 스포티지와 투싼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경유값 급등의 영향이다. 업체들은 가솔린 SUV 모델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 밖에 지난해 나온 i30과 올 1월 출시된 제네시스가 ‘신차 효과’를 발휘하며 10위권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수입차, 가격인하 효과=수입차 순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혼다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 CR-V를 판매 1위 자리에 올렸던 혼다는 올 들어서는 10위권 안에 3개 모델을 올렸다. 1위는 1월 출시된 혼다 어코드 3.5모델. 크기와 배기량이 대형차와 맞먹는 데다 가격(3940만원) 면에서도 ‘수입차치고는 싸다’는 게 강점이다.

지난해 수입차 가격인하 흐름을 주도한 BMW 528도 여전히 잘 팔렸다. 528은 현재 수입물량이 부족할 정도라고 한다. 벤츠C200과 아우디 A6 3.2 FSI 콰트로 역시 차 값을 1000만원 이상 내린 덕분에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경우다.

지난해 상반기엔 경유차인 푸조 307SW HDi와 폴크스바겐 파사트 2.0 TDI가 나란히 9, 10위에 올랐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10위권 차가 모두 가솔린 모델이다. 10위권 모델 중 일본차가 5종에서 6종으로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전체 수입차 시장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보다 31.2% 성장했다. 하지만 수입차 브랜드 중 렉서스(-4.8%), 아우디(-4.5%), 푸조(-4.4%)는 오히려 판매가 줄어들었다.

◇수출, 소형차의 힘=수출 순위는 내수판매 순위와 딴판이다. 국내시장에선 경차와 준중형차 사이에 끼여 맥을 못 추던 소형차들이 수출에서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GM대우의 젠트라(미국명 시보레 아베오)는 지난해 1위였던 같은 회사 라세티를 제치고 수출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판매가 줄어든 베르나(미국명 엑센트)와 프라이드(미국명 리오)도 수출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특히 베르나는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35%나 증가했다. 배기량 1000~1500cc급의 소형차 4종(젠트라·베르나·프라이드·클릭)은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했다.

아반떼와 투싼은 최근 오일달러로 인해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는 러시아·중동·중남미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해외 생산 모델 중엔 기아차가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만드는 씨드가 8만9115대 팔렸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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