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모기지사 파산 … 미국 금융 다시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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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 초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미국 금융위기가 다시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1일(현지시간) 대형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체인 인디맥뱅코프의 영업을 중단시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자산규모 320억 달러(약 32조원)의 인디맥은 1984년 파산한 콘티넨털 일리노이 은행에 이어 영업정지를 당한 금융사 중 역대 둘째로 크다. 인디맥의 파산으로 40억~80억 달러를 부담하게 된 FDIC는 14일 자체 관리하에 영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인디맥은 그동안 주택경기 침체로 부실이 늘면서 자금난을 겪었다. 7일엔 직원의 절반을 해고하고, 소매 지점 대부분을 다른 회사에 넘기겠다는 자구안을 내놨다. 하지만 회사가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밀려든 고객의 대량 현금인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무너졌다. 지난달 26일 찰스 슈머(민주당) 상원의원이 인디맥을 엄격하지 않은 기준을 갖고 대출해온 회사로 꼽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최근 11일(영업일) 동안 13억 달러(약 1조3000억원)가 빠져나갔다.

인디맥은 ‘알트A 모기지’에 집중했던 금융사다. 알트A 모기지란 주택담보 대출자에게 소득 증명을 요구하지 않고 돈을 꿔주는 금융 상품이다. 집값이 계속 뛸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주택경기가 엉망이 되자 빌린 돈을 못 갚는 사람이 속출했다. 대출자의 소득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더 컸다. 특히 인디맥의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빚 때문에 집을 잃게 된 사람이 미국에서 둘째로 많은 곳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192가구 중 한 곳꼴로 주택을 압류당했다. 미국 평균의 2.6배다.

인디맥 파산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부실이다. 두 회사는 12조 달러로 추산되는 미국 모기지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5조 달러의 모기지를 보유하거나 보증하고 있다. 한 곳이라도 넘어진다면 모기지 시장이 사실상 붕괴하는 셈이다.

관련 채권을 보유한 금융사의 줄도산도 불가피하다. 허브드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에릭 허브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들 업체가 쓰러지면 미국의 가장 주요한 자산인 주택시장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확인되지 않은 소식도 쏟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프레디맥의 리처드 사이런 CEO와의 통화에서 FRB의 재할인 창구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FRB 대변인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 행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 가운데 하나, 또는 둘 모두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정반대로 “정부가 이들 회사의 인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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