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에서 주식 사는 이유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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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주말 주식시장이 반등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1500선이다. 5월 19일 장중 1900선을 돌파한 뒤 내림세를 지속, 10일엔 15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투자심리는 바닥이다. 여전히 공포가 시장을 지배한다. 그래도 어딘가에서 투자는 계속된다. 세계 최대의 부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장기 투자의 기회”라며 잇따라 다른 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바닥을 기회 삼아 주식을 사는 이들이 있다.

◇외국인이 산 종목=5월 19~11일 외국인은 7조원어치를 팔았다. 특히 지난달 9~11일까지 25일 연속 ‘팔자’에 나서 사상 최장 순매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외국인이 모든 주식을 판 건 아니다. 이 기간 우리금융지주를 1909억원어치 산 것을 비롯, 동양제철화학(1813억원)·SK(1659억원)·삼성중공업(1343억원) 등을 사들였다. 지분율을 늘린 종목도 있다. 코스닥 업체인 GK파워는 외국인 지분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실리콘화일·동국산업·한농화성 등도 지분율이 5%포인트 넘게 늘었다. 이렇게 외국인의 지분율이 늘어난 상위 10개 종목은 평균 0.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17% 하락했다.

◇가치투자 지금이 기회=기관도 매수를 망설였다.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의 30조원가량을 주무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주식을 편입한 비율은 80%선으로 떨어졌다.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경계감과 환매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주식매수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운용사는 예외다. 국내 대표적 가치투자 운용사인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주식편입 비율은 95% 안팎으로 높아졌다. 시장에 낙관적 전망이 넘쳤던 5월엔 70% 선에 불과했다.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던 5월 19일부터 최근까지 한국밸류자산운용이 지분율을 늘렸다고 공시한 종목은 11개에 달한다. 이채원 부사장은 “원래 기업가치보다도 주가가 더 떨어지면 그건 위기가 아니라 싸게 더 많이 살 수 있는 기회”라며 “가치 투자자에게는 시장의 하락 위험보다 기업 가치가 달라지지 않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주주도 지분 늘려=주가 하락으로 당장 회사를 팔아도 시가총액보다 더 받을 수 있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당장 회사에 쌓아둔 현금이 시가총액의 절반을 웃도는 기업이 14개에 달한다. 회사에 문제가 없는데도 시장과 함께 주가가 급락하자 대주주들이 움직였다. 기업 가치를 누구보다 확신하는데도 시장이 알아주지 않자 ‘내 돈’을 들여 직접 매수에 나선 것이다. 이수그룹 김상범 회장과 이수페타시스 홍정봉 대표이사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8일 장내에서 계열사인 이수페타시스 주식을 각각 7만6000주, 7만5000주 사들였다. 지난해 적자였던 이수페타시스가 올 1분기에 1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회사 사정이 나아졌지만 주가는 여전히 1500원 선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 회사 김동규 기업홍보(IR) 담당은 “주가를 안정시키고 주주들에게 기업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 대주주 및 경영진이 주식을 사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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