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뿐만이 아니다. 인제대에서는 학생회장 선거 때 선거 비용 전액을 대학 측에서 대는 '선거공영제'가 실시되고 있다. '그린 캠퍼스' 운동에 따라 캠퍼스 전역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됐는가 하면,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자쓰기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바람의 진원지는 백낙환(白樂晥.78.사진) 인제학원 이사장이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퇴보하고 만다' 는 신념에 따라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학 총장은 경영 마인드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 대학의 선진 시스템에 밝고, 이를 국내에 접목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우리 대학의 경우 이제 의료분야는 정착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공학분야를 중점 육성하려 합니다. 이런 점에서 成총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습니다. "
인제대와 함께 여섯개의 백병원(서울.부산.김해.상계.일산.동래)을 이끌고 있는 白이사장은 젊은이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 낸다. 월요일 아침 서울 백병원 전체회의로 일주일 업무를 시작한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병원과 대학을 둘러보고 보고를 받는다. 토요일에는 상계 백병원으로 출근한다. 일요일에는 만사를 제쳐놓고 산에 오른다.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두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50여년 일하면서 결근하거나 조퇴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8년 전 시작한 경영자 독서 모임에도 개근한 사람은 저 뿐이지요. 오전 4시에 시작하는 달리기도 한번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
그는 자신의 아호를 딴 '인당 사계(仁堂 四戒)' 를 철저히 지킨다. 사계는 '소식(小食)''다동(多動)''금연''절주'를 일컫는 말이다.
고교 1년 때부터 중년을 넘길 때까지 골초로 불릴 만큼 담배를 즐겼으나 1973년 위궤양을 앓으면서 끊었다. 술은 평생 가까이 하지 않았다. '꿈은 크고, 할 일은 태산 같은데 심신이 의지를 따라주지 못하면 모든 것이 일장춘몽'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그는 1944년 경성제대 의예과에 들어갔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게 붙잡혀 안동 야전병원에 배속받았으나 인민군이 퇴각할 때 강원도 원주 부근에서 탈출했다.
김동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