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私생활>즉흥.격정적 툭하면 돌발행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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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정일(金正日)은 즉흥.격정성으로 돌발적인 행동을 하기 일쑤라는게 귀순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군사엘리트를 육성하는 「김정일 정치군사대학」 졸업생인 안명진씨의 증언.
『김정일은 기분내키는대로 한다.김정일을 위해 훈련시범을 보일때면 그의 즉흥성때문에 여러 사람이 골탕먹는다.사람을 세워놓고칼을 던지는 시범이 끝나면 김정일이 「다시 한번 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진땀이 다 난다.눈앞에서 친구를 때려눕히는 실제훈련을 보여줬는데도 강도가 약하다며 훈련을 더 강화하라는 지시문이 내려올 때도 있다.
정말 어떤 때는 무지막지하다는 생각도 든다.김일성(金日成)전용기의 안전점검을 위해 직접 타본다며 비행기를 움직이는가 하면평양에서 아파트붕괴사고가 있었을 때 구조물과 시체를 구분하지 말고 치우라는 지시도 서슴지않고 내린다.잠수정 제조과정에서 완성품도 아닌데 실험을 강행하다가 대원이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 구소련 유학생출신인 귀순자 남명철씨는 김정일이 과학기술분야에서도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한다.
『김정일은 공장부지 선정도 즉흥적으로 한다.생각나는대로 반도체공장부지를 선정하는 바람에 입지가 도저히 부적합해 공사가 도중에 중단되기도 했다.루마니아에서 못쓰게 된 TV나 반도체공장을 즉석에서 들여온 일도 있다.』 귀순자 안명철씨가 정치지도원에게서 들었다는 얘기도 김정일의 효성과 급한 성격의 일단을 엿보게 해준다.
『김일성이 묘향산에 가 있던 94년 7월,김정일에게 긴급보고가 올라왔다.전국노동자.농민대표들을 만나던 김일성이 가슴이 답답해 집무실로 돌아간뒤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주치의는 휴가중이었고 당번의사는 김일성사망에 충격을 받고 심장파열로 즉사했다는 것이다.김정일은 의료진을 실은 헬기 2대를 급파했지만 악천후로 1대는 추락하고 나머지 1대도 고장으로 비행이 곤란해졌다.
이쯤되자 그는 기사와 보좌진 없이 빗속에 혼자 승용차를 몰고평양에서 묘향산까지 달려갔다고 한다.그래서 중앙당에서는 김정일이 한시간동안 없어졌다며 비상사태에 돌입했다는 것이다.사망원인을 꼼꼼히 챙기기 위해 외국의사를 데려와 부검을 실시하기까지 했다고 들었다.』 그런가하면 김정일이 지나치게 개인중심적이라는지적도 있다.북한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귀순한 임정희씨는 중앙당조직지도부에서 김정일의 경호업무를 담당하던 오빠에게서 들은 얘기를 털어놨다.
『김정일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이어서 주위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말을 들었다.오진우(吳振宇)를 빼놓고는 이에대해 그에게 얘기할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심지어 중앙당에서는 김정일 흉내내기운동도 비밀리에 퍼진다고 한다.』 김정일 정치군사대학 학생들의 훈련시범을 관람할때도 김정일은 학교를 방문하는 법이 없다.
대학근처 송신소 안테나에서 흐르는 고주파가 자신의 건강에 좋지않다며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학생들은 시범때마다 중앙당 체육관을 찾아가야 한다고 안명진씨는 전한다.
김정일이 술을 좋아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그의 측근들이 술먹는 「행사」를 한번 벌이면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아예 사라져 버린다고 고영환씨가 전한다.김정일의 별장인「특각」에 초대돼 사냥을 즐기고 커다란 맥주컵에 코냑등 서양술을 가득 부어 돌려 마신다는 것이다.
현재 망명을 시도하고 있는 성혜림(成蕙琳)씨와 김정일사이의 아들 김정남(金正男)도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강명도(康明道)씨의 증언.
『93년3월께 평양중심가의 고려호텔 지하 나이트클럽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온통 난장판이 된 가운데 한 여자를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던 두 남자중 하나가 권총을 움켜쥐고 있었다.순간 국가보위부와 호위총국 요원 수십명이 들이닥쳐 이들을 데리고나가면서 입조심을 시켰다.권총을 쏜 것은 김정남이었다.이일로 인해 그는 김정일에게 혁대로 죽도록 두들겨 맞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귀순자 이기영씨는 『북한에 있을 때 김일성에 대해선 인자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지만 김정일에게는 두려움을 느꼈다.
끊고 자르는 것이 멋대로여서 공포심마저 느껴졌다』고 말한다.때문에 북한주민들이 김정일을 김일성만큼 높이 평가하거나 「 경애」하지는 않지만 아버지보다 더 무섭고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김용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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