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으로 본 원더풀 스포츠 <14> 복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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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 24면

복싱 글러브와 헤드기어는 선수를 강한 충격으로부터 지켜 준다.

전성기의 프로복싱 헤비급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에게 1회 KO당한 에디 리처드슨은 “트럭에 받힌 것 같았다”고 타이슨의 펀치 강도를 표현했다. 헤비급 복서의 경우 펀치의 평균 가속력은 50g으로, 6.6 ㎏ 무게의 해머를 시속 32㎞의 속도로 휘두른 것과 같은 충격량을 지닌다. 일반적인 복서의 펀치 강도는 자신 체중의 세 배에 이른다.
복싱은 상대를 가격해 충격을 주는 운동이므로 부상이 빈발한다. 주먹과 머리 부상이 가장 많다. 1977년부터 15년간 미국 올림픽 훈련센터에서 훈련한 복싱 선수들의 부상을 분석한 결과 팔과 주먹 부위(24.8%) 부상이 가장 많았다. 머리·얼굴 부상은 19.4%였다. 하체(15.0%)와 척추(9.4%) 부상도 적지 않았다.
가격에 의한 머리 부상은 펀치를 맞는 순간 머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뇌가 두개골 안쪽에 부딪치기 때문에 발생한다. 두개골은 펀치에 의해 가속돼 뒤로 젖혀지는 반면 뇌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제자리에 있으려고 한다. 이때 뇌의 일부분이 두개골과 부딪치면서 충격이 뇌에 전해진다. 이러한 충격에 의한 뇌 손상은 심각한 신경 손상을 일으킨다.
심각한 부상을 방지하려면 먼저 펀치로 인한 충격 가속도를 줄여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격이 이뤄지는 면적과 시간을 늘려 힘을 분산하는 것이다. 복싱 경기에 사용되는 헤드기어와 글러브는 부분적으로 자동차 에어백과 같은 역할을 한다. 품질이 우수한 헤드기어와 글러브는 펀치로 인한 충격을 60~70%가량 줄여준다.
국제아마복싱연맹(AIBA)은 1984년 LA올림픽부터 선수 보호를 위해 의무적으로 헤드기어를 쓰도록 했다. 82년 프로복서 김득구가 14회 KO패한 뒤 숨지자 프로복싱은 세계타이틀전을 15라운드에서 12라운드로 줄였고, 아마복싱은 LA올림픽부터 보호장구를 도입했다. AIBA는 지난해부터 헤드기어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헤드기어를 퇴출한다는 것인데, 논란이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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