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 나쁘다"월북후 가족 생이별-성혜림씨 일가 가족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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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정일(金正日)의 전동거녀 성혜림(成蕙琳)씨 일가는 월북 이후 한동안 「출신성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가족끼리 헤어져 사는등 질곡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成씨가 태어나기 전 1925년부터 成씨 가족과 친밀한 관계를맺고 있었다는 선우신영(鮮于信永.여.87.서울강남구포이동)씨는『엄마(金源珠)가 보고 싶다며 월북한뒤 소식이 끊겼던 성일기(成日耆)씨가 6.25 전쟁이 끝난뒤 나를 찾아 와 북한에서의 짧은 생활은 비인간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일기씨는 당시 『대지주의 아들이라며 엄마와 만나지도 못하게 했고 곧바로 함북회령 제3군관학교(교장 吳振宇)에 강제로 입학해 제1회 졸업생이 됐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일기씨는 6.25때 후방교란임무를 띠고 동해로 침투해 빨치산으로 활약하다 경남창녕의 큰댁에 숨어있다 국군의 수색이 시작되자 친척들의 안전을 우려해 자수했고 이를 가상히 여긴 특무대장김창룡씨가 보증을 서 풀려났다.鮮于씨는 『한동안 일기씨는 김창룡씨가 써준 보증서를 가지고 다니며 위기를 모면해갔다』고 회고했다. 또 혜림씨 집에는 일부 보도와 달리 가정교사는 없었으며아버지 성유경(成有慶.82년 사망)씨와 집에 드나들던 남로당 인사들에 의해 혜림씨등이 좌익사상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鮮于씨는 『당시 혜림이는 자기 생각을 숨길줄 알 정도로 어린애 답지 않게 능수능란하고 똑똑했다』고 말했다.혜림씨가 서방으로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그녀의 성격이 도움됐을 것이라는 게 鮮于씨의 추측이다.
월북당시 성유경씨의 손에 이끌려 鮮于씨의 집을 찾은 혜림씨는鮮于씨를 붙잡고 『아주머니…』라는 한마디만 하고 눈물을 글썽거렸다는 것이다.
鮮于씨는 『혜림이는 아빠를 닮아 보기 드물게 얼굴이 희고 고왔다』며 『월북 당시에는 다소 얼굴이 상해있었다』고 말했다.
성혜림씨의 어머니 金씨는 진남포 출신으로 평양여고를 수석졸업하고 조선총독부 장학생으로 뽑혀 도쿄고등잠사(蠶紗)학교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수재로 알려졌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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