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총성 한발 망명꿈 막내려-조명길씨 진압작전.사망경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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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적 망명을 위해 평양시내 한복판 러시아 대사관에 진입했던조명길(25.사회안전부소속 하사)씨 망명기도사건은 끝내 수포로돌아갔다.이 사건이 비극적으로 끝나게 된 것은 김정일(金正日)생일(16일)을 앞두고 북한측이 사건을 신속하 게 종결하려 했던데다 러시아측도 과거 옛소련.북한간에 체결했던 「사법공조협정」과 대사관.무역대표부 직원들의 안전확보등을 내세워 조씨의 신병인도에 적극 협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타르-타스통신의 평양주재 특파원이 목격한 조씨의 무장해제작전 순간은 다음과 같다.
『15일 오전10시15분쯤 작전이 개시되는 순간 무역대표부건물에서 총성이 한발 울렸다.무역대표부 건물쪽의 출입구가 활짝 열렸고 문 주변에 10~15명의 북한 특공대가 눈에 띄었다.더이상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인근 거리의 차량통행은 전혀 통제되지 않았다.단지 무역대표부로 통하는 인도의 통행만 군요원들에 의해 작전이 종료될 때까지통행이 금지됐다.무역대표부건물내로는 특파원도 진입이 허락되지 않았다. 현장 목격자들은 조씨가 건물내에 머무르는 동안 온전한정신상태였으며 시종 평정을 잃지 않고 침착했다고 전했다.그는 실탄 세발과 권총을 갖고 있었지만 자신과 접촉하는 러시아외교관들을 위협하지도 않았다.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5일 기자들과 다음과 같이 회견했다.
-조씨가 사망하게 된 경위를 설명해 달라.
『조씨는 북한의 특수부대 요원이 밀려 들어가 그를 잡으려 하자 자살했다.』 -조씨 인도작전은 북한과 어떻게 합의했나.
『작전은 양측이 57년에 서명한 범인인도협정에 따라 행해졌다.러시아측과 북한측은 러시아대사관을 통해 작전과정 모두를 자세히 협의했다.』 -작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북한병력이 동원됐나. 『자세한 작전상황은 모르겠다.』 -그에게 망명을 허용할 수없었는가.
『처음에는 그에게 망명을 허용하는 문제를 고려했다.그러나 그는 범죄자다.그는 북한 경비병 3명을 살해하고 한 명을 부상시켰다.범죄자는 안된다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망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복안이 아니었는가.
『러시아 정부는 처음부터 그를 넘겨준다는 입장이었다.그는 또무기인도를 거부했다.』 -이번 일이 러시아와 북한간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양측관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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