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딱딱한 과학 말랑말랑하게 이해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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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홍성욱의 과학에세이
홍성욱 지음, 동아시아
298쪽, 1만3800원

과학과 사회를 별개의 것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과학자 하면 실험복을 입고 실험에만 매진하는 모습을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은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과학은 사실 ‘양날 검’ 같다. 유전자 조작 식품(GMO)·조류독감·원자력 발전 등은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도 하고, 사회 전체를 위협하기도 한다.

과학은 종종 막연한 거부감의 대상이 된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대변되는 과학적 재앙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공포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엔지니어 C 스타는 사람들이 느끼는 위험의 크기는 본인이 직접 선택하지 않은 것일수록 더 크다고 했다. 스키를 타다가 사고로 숨지게 될 확률이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숨질 확률보다 훨씬 더 큼에도 원자력 발전소를 더 꺼리는 것은 비자발적으로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폴 슬로빅은 자발성 외에도 ‘피해의 끔찍함’이나 ‘위험에 노출된 사람의 숫자’에 비례해 대중이 느끼는 위험의 크기는 더욱 커진다고 했다.

과학은 사회의 욕심을 투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건은 우리 사회의 왜곡된 욕망을 그대로 보여줬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인 저자는 “과학과 사회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과학 자체는 물론 역사와 철학을 아우르는 학제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과학의 발전을 이끄는 것도 학문간 경계를 넘나드는 ‘잡종인간’이다. 분석철학의 창시자 비트겐슈타인은 항공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였다. 공학을 배우며 익힌 체계적 실험 방법이 그의 철학 토대가 됐다. 2차대전 승리의 숨은 공신인 레이더를 개발한 레드랩(Rad Lab)에는 물리학자는 물론 엔지니어·화학자·통계학자·경제학자, 심지어 음악가까지 섞여서 일했다. 하지만 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아인슈타인도 “왜 원자폭탄을 금지하지 못하나”란 질문에 “정치가 물리학보다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할 정도였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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