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적자 꼭 우려할 필요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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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경상수지 적자는 나쁜 것인가.낮은 금리는 선이고 대형 헤지펀드(이른바 「큰손」)의 투기는 악인가.
19세기 중반 창간된 이래 자유시장경제논리의 전도사 역할을 해 온 영국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고용.금리.국제수지.
환율 등 거시경제 변수들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를 논리적.실증적으로 풀기 위한 「경제교실」시리즈를 내놓았다.다 음은 요약내용. ▶기술진보나 값싼 상품.노동력의 유입은 실업을 늘린다=이런 주장은 한나라의 필요노동력이 고정불변이라는 착각에서 온 오류다.기술진보는 해당산업의 구조를 노동절약적으로 바꾸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량과 국민소득을 늘 리며 절대적 작업량도 늘려 고용창출효과를 낸다.
또 A국의 값싼 상품이 B국으로 유입되면 관련산업의 고용은 당장 줄겠지만 A국의 소득과 구매력을 높임으로써 비교우위가 있는 B국의 제품수출을 돕는 효과가 더 크다.
▶낮은 이자율은 효율적이고 정의롭다=당연한 이야기지만 금리가낮아지면 차입자는 좋고 대여자는 불리하다.
특히 이자로 먹고 사는 유한계급이 아니라 「장래소비를 위해 현재지출을 줄이는」 근로계층에는 문제가 된다.
금리를 낮출 경우 투자와 생산.고용이 늘어나는 효과는 잘 따져야 한다.경제불안.노사분규 등 다른 여건에 따라 투자증대폭이달라진다.또 자본자유화로 1국의 금리인하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금리인하를 경기진작과 사회정의 구현의 만병통치약인 양간주하는 발상은 위험하다.
▶경상수지가 적자면 위험하고 흑자면 안전하다=고정환율의 「브레턴우즈」체제 아래서 적자누적은 곧 지급불능의 문제로 직결됐다.하지만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오늘날 개방경제아래서 이 국가파산의 위험성은 멕시코 같은 극단적 경우만 아니라면 크게 우려하지않아도 된다.
역사적으로 고도성장기에는 자본재도입 등으로 장기간의 경상적자가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문제는 빚진 돈이 생산적인 부분에 집중되는지 여부다.
▶화폐를 평가절하하면 무역적자를 줄이고 경기를 진작할 수 있다=단기적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증대.수입감소를 초래할 수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조만간 국내물가를 상승시켜 그 효과가 상쇄돼 버린 게역사적 경험이다.특히 70~80년대 남미제국이 평가절하를 통한수출진흥책을 남발했지만 극심한 인플레로 불과 1년만에 가격경쟁력을 잃은 경우가 태반이었다.
평가절하의 효과는 해당국의 경제규모와 대외의존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특히 평가절하는 재정.금융긴축 등을 동원한 총수요 억제정책을 수반해야 하는데 위정자들은 정치적 부담을 꺼려 잘 시행하지 않는다.
▶조지 소로스 같은 국제금융계의 「큰손」들은 근로소득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암적 존재다=우선 외환.증권시장은 기본적으로 금액의 과다를 떠나 투자에 참여하는 전주들끼리의 제로 섬 게임이기 때문에 근로소득계층이 직접 피해볼 일은 없다.
그리고 이들은 손실을 볼 각오로 투자하는 것이므로 이득을 취할 권리도 있는 것이다.「큰손」을 포함해 금융시장에 돈을 쏟아붓는 사람들은 일견 「투기꾼」로 비치지만 결과적으로 금융.상품선물시장을 활성화해 기업의 직접금융이나 원자재.외 환거래 위험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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