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변혁의물결>2.미국의 기업지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미국기업의 지배는 주로 외부에서,즉 자본시장에서 일어난다.그래서 자본시장에 의한 기업지배를 「미국식」기업지배라 한다.특히80년대 들어 정크본드.차입인수 등 수법을 동원한 적대적 인수는 경영감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업인수는 경영권의 「매매」를 의미한다.따라서 인수당하지 않기 위해 경영진은경영효율을 높이고 경영실적이 그대로 반영되는 주가를 높게 유지하는데 온 정성을 쏟지 않을 수 없다.
기업 인수가 활발해지면 경영진이 발 빠르게 구조조정에 나서고그 결과 경영성과가 개선되는 장점도 있다.그러나 경영자들이 경영권 탈취에 대비하는데 아까운 경영자원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단기 경영실적에 집착,장기 투자에 소홀해진다는 단점이 지적된다.또 기업을 인수하는 측에서 인수자금을 지나치게 부채에 의존해결과적으로 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해진다는 지적도 있다.미국기업의 지배는 기업인수시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기업내부에 이사회가 있기 때문이다.이사회는 경영방침과 자금운용계획(배당 등)을 결정하고,또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임원을 임면하는 등 광범위한 경영통제권한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이사회는 기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외이사」와 경영진인 「사내이사」로 구성된다.그러나 이사회에서 힘을 쓰는 것은 사외이사다.평균 13명의 이사로 된 이사회 전체 인원중 9명이 사외이사고 하부기관인 감사위원회도 사외이사 들로만 구성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제는 70년대 펜 센트럴 철도회사의 분식결산,록히드 항공회사의 해외뇌물사건 등 불법행위가 드러나고 이에 일반대중의분노가 강하게 일면서 더욱 그 역할이 강화됐다.이 점에서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 또는 사외이사제 논의와 그 궤를 같이한다.
사외이사에 의해 이사회가 지배되고 그 이사회가 기업경영을 지배하는 미국식 경영체제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어느 나라보다 소유.경영의 분리가 진척돼 「대리인」문제,즉 주주의 이익을 경시하는 전문경영인의 경영관행 때문에 이사회의 역할이 강화돼온 것이다.
이러한 미국식 이사회는 기업의 「주권」이 주주에게 있고 기업경영의 목적도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있다는 기업관에서 연유한다.이사회의 경영감시 역할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최근에는 이사회 대표와 최고경영자의 겸직을 금지하는 추세까 지 보이고 있다. 미국 기업지배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금융의 산업지배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30년대 초까지만해도 은행은 지주회사제도를 통해 공개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었다.그러나 독점금지가 강화되면서 33년의 글래스- 스티걸법에 의해 은행의 기업주식 보유가 금지된 이후 은행에 의한 기업지배는 불가능해졌다.더구나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대출보다 주식.채권발행이 더 원용되면서 은행의 영향력은 계속 약화돼왔다. 금융기관의 경영감시 역할이 최근 보유주식을 늘려온 연금기금등 비은행 기관투자가들을 통해 강화되고 있다.소위 「주주행동주의」에 의해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경영감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금융기관이 기업 경영에 긴밀하게 협조해 장 기적인 관계를 맺는 「관계투자」가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참조:한국경제연구원「한국기업의 지배구조」;삼성경제연구소「경영지배구조 어떻게 변하고 있나」〉 김정수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