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거북이 모형 수집-화가 조윤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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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뭐 하려고 이렇게 모았는지 나도 모르겠어요.그냥 이게 있으니까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밖엔 할 말이 없네요.』 수묵담채 산수화를 전문으로 하는 동양화가 조윤근(趙潤勤.55.화교)씨의화실 한쪽에는 거북이 모형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창고속 사과박스에 들어있는 것만도 박스 8개분.모두 합쳐 2천개가 넘는다. 거북이 모형을 모으게 된 계기는 그의 직업과 밀접한 관계가있다.그림을 그린 후 낙관할 때 쓰는 도장의 장식물중 거북이가많았던 것.마음먹고 모으기 시작한 것이 벌써 17년째.작품구상을 위해 한달에 한번꼴로 외국에 나가는 趙씨는 아프리카만 빼고웬만한 나라.도시는 거의 둘러봤다.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그는 어느 나라든지 거북이 모양의 물건을 안 만드는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예부터 거북이를 장수의 상징으로 믿어왔던 우리나라나 중국에는주술적인 의미가 있는 물건이 많았다.동양뿐 아니라 북미.인도.
동남아 등도 거북이가 창조신화에 나올 만큼 영적인 동물로 대접받고 있다.
그가 모은 거북이 모형은 그 용도가 다양해 더욱 재미있다.화분.벼루.연적.방향제통.그릇.재떨이.촛대는 평범한 쪽에 속하고조선시대의 해시계.화약통.노리개에다 티베트에서 산 사리함,스페인의 식사종,영국의 약통 등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우리 민족의 자랑인 거북선 모형도 물론 가지고 있다.
재료 역시 각양각색.금.은.주석을 비롯,옥.상아.돌.크리스털.칠보.터키석.자개.대나무에다 진짜 거북이 가죽으로 만든 것도있다.가장 아끼는 거북이는 5년전 이태원 골동품상에서 1백50만원을 주고 구입한 바둑판.뚜껑이 거북이의 등 모양으로 된 이바둑판은 종이로 만들어졌는데 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만만치 않은 구입비용에 가족 눈치가 보였다 』는 趙씨.하지만 이제 부인 이세영(李世英)씨는 물론 3남1녀 자녀들까지 밖에서 거북이 모형을 보면 사가지고 들어올 정도로 거북이 모으기에 온 가족이 열성을 보인단다.디자인을 전공한 둘째아들은 趙씨가 모은 방대한 분량의 거북이를 보기좋게 진열할 수 있는 진열대를 구상중이다.2천여개의 거북이 모형 하나하나마다 언제 어디서 수집했는지 사연을 다 기억하고 있는 趙씨는 『가끔취급부주의로 손상되는 거북이를 보면 마음이 찡해진다』고 털어놓는다. 〈모으는 요령〉 1.재료나 용도별로 구분해 다양하게 모으는 것이 재미있다.
2.거북이 모양의 특성상 목이 부러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먼지가 쌓이더라도 그게 가치를 더해주기도 하니까 억지로 닦으려 하지 말 것.
3.수집한 날짜.장소.재질.용도 등을 꼭 기록해 둔다.
4.나라별 장식품의 특징을 파악한다.예를 들면 태국.중국은 목각,한국은 자기,터키는 터키석,프랑스는 유리로 만든 것이 좋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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