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소비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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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제 여건이 악화하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금의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볼 뿐 아니라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걱정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통계청은 10일 도시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6월 소비자 전망’을 발표했다.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가 어떤지를 가늠하는 소비자 평가지수는 5월보다 10.9포인트 하락한 61.3이었다. 1998년 12월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빈말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6개월 전보다 지금 경기가 나빠졌다는 소비자가 좋아졌다는 경우보다 많다는 의미다. 2002년 9월 이후 5년10개월간 단 한번도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득이 적은 응답자일수록 경기가 나빠졌다는 응답이 많았고, 40대가 가장 비관적이었다.


경기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6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86.8로 전달보다 5.4포인트 하락했다. 2004년 12월 이후 최저다. 이 지표가 100 미만이면 6개월 후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란 응답자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다는 뜻이다.

소비자 평가지수와 마찬가지로 소득이 낮을수록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앞으로 유가를 비롯한 물가가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노 통계청 분석통계팀장은 “통상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성향이 있어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소비자 평가지수가 기대지수보다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평가지수가 낮은 것은 그만큼 현재 경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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