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선 ‘자사주 매입’ 기업 지켜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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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0일 주식시장이 반등에 성공하기는 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 불안에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14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고점 대비 주가가 반 토막 난 종목이 속출했고, 52주 최저가를 경신한 종목도 수두룩하다.

투자 심리가 악화되자 기업이 나섰다. 회사 돈으로 주식을 사들여 투자심리를 달래겠다는 것이다. 이날 SK케미칼은 217억원을 들여 자사주 70만 주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주가 하락으로 지주사 전환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국민은행도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앞서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은 각각 500억원,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이달 들어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기업은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30개를 웃돈다.


◇주가 안정 위해 자사주 매입=자사주 매입의 목적은 한결같이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안정”이 꼽힌다. 자사주 매입이 주로 주가 하락기에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에도 주가가 약세를 보인 1, 8, 11, 12월에 자사주 매입 기업이 증가했다. 기업 입장에선 자사주 매입으로 손해 볼 게 없다. 어차피 회사에 쌓아둔 여유자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사는 것이다. 잉여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명분도 살릴 수 있다. 투자심리 악화로 시장에 쏟아지는 매물을 받아내 추가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실질적 효과도 기대된다.

기업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회사의 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싸다는 것을 말(IR)보다 강력한 수단인 행동(주식 매수)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이 감소해 투자 판단의 주요 지표인 주당순이익(EPS)을 개선시킬 수 있다. 이달 들어 20억원 이상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양호한 편이다. 이들 기업은 공시일 종가 대비 10일 종가 기준으로 평균 1.1%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시장은 평균 2.7% 하락했다.

◇장기로 봐야 호재=그러나 자사주 매입도 시장 전반의 하락 흐름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5∼6월 자사주 매입을 마친 기업들 대부분이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NHN은 주가 안정을 목적으로 4월 1일~5월 16일 자사주 130만 주를 샀다. 평균 매입 단가는 21만8667원. 그러나 10일 종가는 17만4500원이다. 현재까지 평가 손실액이 574억원에 달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5월 20일~6월 2일 자사주 100만 주를 975억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지수는 줄곧 하락, 5월 28일 10만원을 넘던 주가는 현재 6만5000원선으로 추락했다. 전통적으로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에 들어가면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장기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호재라고 강조한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자사주를 단순·단기 수익률로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 경영이나 회사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 등 무형의 플러스 요인을 감안하면 장기 성과에 반영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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