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전기 먹는 하마’ 서버와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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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은 서버들이 놓인 전산실 곳곳의 온도를 재고, 적정 온도 이하인 곳은 서둘러 냉방장치를 끈다. 바닥에 깔린 다공판(서버의 열기를 식히려 냉기를 뿜는 장치)도 일일이 살핀다. 전기료 절감이야말로 KIDC 같은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그는 “특히 요즘처럼 유가가 급등해 전기료 인상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선 신경을 더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IDC의 연간 전기료는 100억원에 이른다.

◇소모 전력량 엄청나=정보기술(IT) 산업은 깨끗하고 환경친화적이란 믿음이 있다. 그러나 실제론 기기 제작부터 운용에 이르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게 IDC다. IDC는 기업용 서버의 운용·관리를 대행하는 시설이다. 우리나라에도 1만~3만 대의 서버를 관리하는 IDC가 40여 곳에 달한다. 대기업·은행·정부기관 등은 자체 IDC를 운영한다. 이 IDC들에 들어찬 서버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인 것이다. 500W급 서버의 월 평균 소모 전력량은 우리나라 평균 가정의 사용량보다 1.6배 많다. 초정밀 기기인 만큼 작동뿐 아니라 항온·항습에도 많은 전력이 들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건 서버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는 점이다. IT 시장 조사업체인 한국IDC의 김용현 선임연구원은 “국내 서버 증가율은 연평균 6.6%”라며 “소모 전력량으로 보면 3~4년 만에 충주시만 한 도시가 하나씩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류 바꾸고 시베리아로 이사도=상황이 이렇게 되자 IDC 운영 기업들은 전력 소모를 줄이려고 갖은 노력을 다한다. KT는 전력 소모가 20% 덜한 새 IDC를 최근 서울 목동에 개관했다. 에너지 절약 비법은 ‘직류 서버 시스템’이다. 기존 IDC는 ‘교류(외부)→직류(IDC 전원장치)→교류(IDC 내부)→직류(서버 본체)’ 식으로 전기 흐름이 바뀌는 데 비해 새 IDC에선 ‘교류(외부)→직류(IDC 및 서버)’로 단순화해 전류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해 초부터 외부 온도가 실내보다 낮을 땐 바깥 공기를 전산실로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연간 50억원의 냉방 비용을 줄였다. LG데이콤 KIDC 또한 겨울철 외부 공기를 활용하는 한편 전산실 내 찬 공기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자 수시로 다공판 수를 조절하고 서버 배치도 바꾼다. 한국IBM은 아예 미국 본사 차원에서 ‘빅 그린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기술적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버 가상화’다. 서버 안에 가상 공간을 만들어 여러 사용자가 나눠 쓸 수 있게 하는 것.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찬바람 쌩쌩 부는 러시아 시베리아에 IDC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린 IT’ 새 화두 부상=이런 흐름에 맞춰 최근 세계 IT업계에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시도를 일컫는 ‘그린 IT’가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적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는 지난해 ‘2008년 10대 전략적 기술’의 하나로 그린 IT를 선정하기도 했다. 인텔·IMB·델·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지난해 6월 ‘기후보존컴퓨팅협회(Climate savers computing initiative)’를 만드는 등 벌써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IBM의 김진환 실장은 “서버 운용 비용 절감은 그린 IT의 핵심”이라며 “그린 IT의 주도권을 잡는 기업이 미래 IT 산업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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