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화>"스탠리 쿠브릭 감독의 메탈 자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베트남전쟁을 다룬 영화는 무수히 많다.미국의 참전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영화에서도 이제 진부한얘기에 속한다.17일 개봉되는 『스탠리 쿠브릭감독의 메탈 자켓』도 베트남전쟁 이야기다.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꼭 베트남전쟁에만 국한되지 않는 시간적.공간적 보편성을 지닌다.이야기의 상당부분은 베트남에 파병될 신병들의 훈련소를 무대로 전개된다.쿠브릭은 「살인기계」로 훈련되고 세뇌당하는 과정을 블랙코미디로 보여줌으로써 군대라는 제도화된 폭력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무시무시한가를 서늘하게 전달해준다.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선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군대에서는 살인훈련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쿠브릭의문제제기는 곧 그런 악랄한 제도와 상황을 만들어낸 인간 자체로귀결된다.
『굿바이 스위트 하트,헬로 베트남』이란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신병들의 삭발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강렬한 인상의 훈련교관 하트먼상사의 지휘아래 인간이 아닌 살인도구로 키워지는 과정에 이어 베트남에 투입된 신병들이 실제로 살인무기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려간다.쿠브릭은 이같은 큰 줄기 속에 인간이 전쟁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과 또 베트남전쟁의 의미를 상징하는 요소들을 긴장감있게 전개해 나간다.전장에서 죽은 동료병사의 시신앞에서 『내가 죽는 것보다 네가 죽는게 낫지』라는 마지막 추모의 말을 던지는 「살아남은 자」,성조지의 보도요원으로 전투경험이 없던 주인공 조커일병(매튜 모딘 扮)이 전장에서 낭만의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자신을 죽이려 했던 베트콩소녀 저격수를 사살하는 장면,폐허가 된 전쟁터를 미키 마우스 노래를 부르며 「산자의 안도감」속에 행군하는 마지막 장면은 극한상황의 인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대부분의 작품을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쿠브릭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이 영화는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최고의 소설이란 평을 들은 구스타브 하스포드의 『단기제대병(Short Timers)』이 원작이다.하스 포드는 영화 의 주인공 조커처럼 해병대소속 특파원으로 베트남전에 참가,그 체험을 살려작품을 썼다.하트먼상사가 신병들에게 가르쳐주는 생존전략,신병들이 구보행진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의 가사등은 코믹하게 처리돼 웃음을 자아내지만 결코 편한 웃음은 아니다.
이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