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화제>미테랑 癌투병기 판금조치에 인터네트통해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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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가상공간」(cyberspace)에도 저작권법이 적용되는가.
지금 프랑스에서는 인터네트에 오른 「금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놓고 관계자들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법적 제재를 찾는다해도 실질적으로 가상공간에서의 정보 흐름을 차단할 방법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책은 최근 타계한 프랑수아 미테랑 전프랑스대통령의주치의가 쓴 회고록 『극비』(Le Grand Secret).14년에 걸친 미테랑의 암투병을 자세하게 적은 이 책에는 미테랑의 도덕성에 흠집을 낼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 다.
미테랑이 국민들에게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하겠다고 밝히기 훨씬 전인 1981년에 이미 암진단을 받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 등이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 미테랑의 유족들은 사생활침해.의료비밀보장권 침해 등을 내세워 이 책의 판매금지처분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판매금지조치가 내려진 직후 전혀 예상하지 않은곳에 이 책 내용이 올려짐으로써 고민이 시작됐다.바로 인터네트의 가상공간이었다.가벼운 음료와 함께 인터네트를 즐기는 공간인프랑스의 한 사이버카페가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1백90 쪽에 달하는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인터네트에 올려버린 것이다.
이 책을 펴낸 플롱사와 미테랑 유족들이 이 사이버카페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려 하지만 소송을 맡아줄 변호사가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저작권 전문가들은 가상공간이 아직까지는 「법적 제재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영역」이라면서 저작물을 가상공간에 올리지 못하게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플롱사측의 전속 변호사들까지도 문제의 사이버카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해서 이긴다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 내용의 흐름까지 차단할 길이 막연하다는점을 인정하고 있다.이 때문에 플롱사는 작가의 허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책내용을 인터네트에 올리는 것은 저작권침해라고 비난만 할뿐 즉각 법적 행동을 취하지 는 못하는 형편이다.
관계 공무원들까지도 이 책의 저자인 클로드 귀블러의 저작권이침해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판매금지처분을 받은 책의 저작권까지 보호해줘야 하는지는 아리송하다고 밝혀 출판사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카페의 주인인 파스칼 바브로드는 『인터네트야말로 검열이 존재하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공간이라는 믿음에서 그 책을 올렸다』고 밝히고 있다.그는 당국이 법적으로 다스릴 움직임을 보이기만 하면 즉각 이 책의 내용을 미국내의 통신망으로 보내 버리겠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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