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엔 人權委의 '정신대'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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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6일 제네바 유엔인권센터에서 발간된 「여성폭력문제 특별보고관」의 일본군「위안부」제도에 관한 보고서를 계기로 정신대문제의 해결을 위한 우리의 국제적 운동은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이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한국정신대 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에서는 92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두 세차례씩 인권위원회와 산하 소위원회에 참석해 정신대문제의 실상을 알리고유엔의 조사를 요청하는 활동을 해왔다.일본의 「위안부」제도가 일본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계획되고 관 리.운영된 전쟁범죄임을 알리고 일본은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자 처벌,교과서 개정 등을 해야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이러한 우리들의 요구가 전폭적으로 수용됐다.
즉 일본군 「위안부」제도가 국제법위반이며 일본은 이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질 것을 명백히 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공식 서면사죄및 배상,책임자 처벌,그리고 모든 문 서및 자료 공개,교과서 개정 등을 일본정부에 권고하고 있다.이러한 성과는지난 4년간의 국제적 활동의 소중한 결실이다.
이 보고서가 발간되는데 특히 결정적이었던 것은 특별보고관을 직접 만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방문조사를 요청한 것이다.유엔 인권위원회가 94년 3월 여성폭력문제 특별보고관제도를 신설하고,4월 스리랑카 변호사이며 국제법학자인 쿠마라 스 와미여사를 초대 특별보고관으로 임명했는데 본인도 그해 9월초 그와의 2시간 면담을 위해 스리랑카의 콜롬보까지 다녀왔다.
이제 일본군 「위안부」제도는 국제기구인 유엔의 공식 문서에 범죄행위로 규정돼 역사적으로 영원히 기록이 남게 됐다.이 보고서는 3월18일부터 개최될 제52차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된다.이 보고서가 일본에 대해 강제적 구속력은 없으나 국제사회에서일본에 대한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예를 들면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는데 있어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예상했던대로 이 보고서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이미 공표했다.65년 한.일(韓.日)협정으로법률적 책임은 없고 도덕적 책임만 있으며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우호기금」이라는 이름의 민간기금을 조성해 해결하려는 입장을견지하고 있다.우리는 이제부터 모든 가능한 국제적 압력을 동원해 일본이 국가책임으로 피해자에게 배상하고,그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
우선 1차적 과제는 우리 정부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더욱적극적인 외교를 펼치는 것이다.3월 인권위원회에서 일본의 로비가 먹혀들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먼저 다른 중요 유엔회원국들을접촉하고,특히 피해국들과의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그리고 특별보고관이 권고한대로 법적 해결을 위해 국제사법재판소의 협조를요청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간접적으로협력해왔던 북한 당국과 직접 협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일본의 법적 책임과 피해자 배상을 위해서는 일본이 특별법을 제정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다.한국의 국민과 한국의 언론,한국의 국회의원들이 다각적 방법으로 일본의 국회의원과 여론주도층을 움직여 일본의회 가 특별법을 제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미 일본의 16개 민간단체는 일본정부에 이 보고서의 권고를받아들일 것을 결의했다.앞으로 일본의 양심세력들이 이러한 움직임에 계속 동참할 수 있도록 우리가 유도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일본의 교과서에 「위안부」제도가 있는그대로 기록되고 가르쳐져야 한다.그래서 유엔문서에 범죄로 기록된 일본군의 성노예제도가 일본 국민들에게 자자손손 교육이 돼 다시는 인류사에 이런 잔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申蕙秀 挻對協국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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